천사 날개를 꺾던 가 해야지 손 놓은 지자체에 벽화마을 주민 ‘부글부글’

천사 날개를 꺾던 가 해야지 손 놓은 지자체에 벽화마을 주민 ‘부글부글’

기사승인 2016-05-18 10:57:55
ⓒ 이소연 기자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저 ‘천사 날개’를 꺾던 가 해야지”

서울 종로구 이화마을 평상에 앉아있던 유모(69·여)씨는 벽화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유씨는 “저 ‘천사 날개’ 그림 앞에 관광객이 몰려 있어 혹여 차 사고가 날까 무섭다”며 “불안하다고 민원을 넣어도 지자체에서 한 번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평상에 함께 둘러앉아 있던 주민들은 유씨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화마을 곳곳에서 지자체에 불만을 표하는 주민의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이화마을에서 발생한 벽화 훼손사건은 이러한 주민들의 불만이 직접 표출된 결과다. 지난달 25일 이화마을 주민 5명이 재산권 보장 등을 이유로 잉어·해바라기 벽화를 회색 페인트로 덧칠해 훼손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로 벽화사업이 시행된 이화마을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현재 홍콩, 일본, 프랑스 등 해외에도 한국의 관광명소로 널리 알려진 상태다.

그러나 벽화가 그려진 뒤, 마을 시설 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화마을 주민 김모(70)씨는 “벽화만 그려놓고 끝”이라며 “정부는 관광객이나 주민을 위해 무엇 하나 해준 게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벽화 마을 길에서 쓰레기통은 찾아볼 수 없다.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은 낙산공원 근처 하나뿐이다. 몰려드는 인파에 비해 제대로 된 기반시설은 미비하다.

주민 고모(92·여)씨는 “쓰레기통이 없어 먹다 남은 커피잔이 늘 길가에 줄지어 버려져 있다”며 “주말에는 하나밖에 없는 공원화장실이 늘 미어터진다”고 전했다.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하향식 사업 구조도 문제였다.

이화마을 벽화 사업은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해 60% 이상의 주민 동의를 얻고 시작된 사업이었지만, 주민들은 사업 내용에서 배제돼 있었다.

이화마을에서 산 지 53년이 됐다는 심모(80·여)씨는 “벽화 마을이 주민 동의를 얻고 시작했던 건지 잘 모르겠다”며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찾아와 동네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모(70·여)씨 역시 “그냥 좋아진다고 해서 도장을 찍어줬던 것 같다”며 “사업이 어떻게 진행된 건지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의 벽화사업은 하향식으로 진행됐다가 이화마을처럼 주민 반대에 부딪혀 방치된 상황이다. 마을 곳곳의 벽화가 낡아 있어 동네를 찾는 관광객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개미마을이 속한 홍제3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구청장이 바뀌어서 벽화사업이 연속성을 갖기 힘들게 됐다”며 “벽화 마을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를 바라기도 어려워 별다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화마을이 개미마을의 전철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각 기관은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며 민원처리를 미루고 있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과 이정식 주무관은 “이화마을 벽화는 기존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도하던 사업”이라며 “시는 이제 막 이화마을의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착수하는 단계”라고 책임을 피했다.

종로구청은 “재생사업은 서울시청의 담당”이라며 “벽화훼손사건이 해결된 뒤 서울시 쪽에서 주민 간의 대화 등을 준비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오동훈 교수는 “정부, 지자체가 주체가 되어 시행하는 하향식 개발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며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진행되는 상향식 개발로 논의 구조가 바뀌어야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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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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