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을 원했던 A씨. 그는 법원에 입양허가 신청서를 냈지만 기각됐다. 법원이 밝힌 기각사유는 간단하다.
“입양특례법 제11조 2항에 근거, 여러 가지를 종합했을 때 입양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A씨는 답답해졌다. 한 줄짜리 모호한 심판문으로는 입양이 불가능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법원에 항고한 뒤에야 “건강상태, 직업의 안정성 등을 고려했을 때”라는 좀 더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법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사유 불충분’ 기각 결정…이유 알 길 없어
2012년 5월 시행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가정법원 또는 각 지방법원은 양부모의 적격성을 판단한 후 입양을 허가하고 있다. 양부모가 될 사람의 양육능력, 입양 동기 등을 법원이 심사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가정법원 입양허가는 ‘비송사건’이다. 법정에서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서류를 통해 판사가 심판한다. 비송사건은 평균 6개월 이상 걸리는 소송사건보다 절차가 빨리 진행되는 이점이 있다. 다만, 심판문에 기각 사유를 명시하는 것은 판사의 재량에 달렸다.
때문에 입양 부모들이 적격성 기준과 반려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거부당하는 경우가 생긴다.
A 입양기관 관계자는 “최근 ‘입양 동기 사유 불충분’으로 기각됐던 사례가 있었다”며 “판사님이 그렇게 결정한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만, 어떠한 사유 때문에 기각이 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가장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는 역시 입양 부모였다.
B 입양기관 관계자는 “‘사유 불충분’ 등으로 기각 결정이 나올 경우, 구체적인 이유를 알 길이 없어 부모들이 굉장히 답답해한다”고 전했다.
기약 없는 심사…관계자 사이에서는 기피하는 법원도 있어
기약 없이 길어지는 심사 기간도 문제다.
입양허가 절차는 보통 3~4개월이 걸리지만, 법원에 따라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입양 허가 신청은 629건이다. 그러나 실제 허가 건수는 683건으로 조사됐다. 2014년 신청한 사건들이 뒤늦게 처리된 것이다.
복수의 입양기관 관계자는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허가가 1년 이상 걸리는 법원도 있다. 입양기관 관계자 사이에서는 기피해야 할 법원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또 “법원 측에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물어도 ‘시간이 걸린다’, ‘순서대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듣게 된다”고 말했다.
허가 신청 당사자인 입양 부모들이 겪는 고충도 상당하다.
2015년 아이를 입양한 원모씨는 “중간에 판사가 바뀌는 등 여러 문제가 겹쳐 허가를 받는데 9개월 이상 걸렸다”며 “예상한 기간보다 길어져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 가족에게는 입양 허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으나, 법원에서는 다른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보니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기간 길어질 수 있어” vs “법원의 인식 개선이 중요”
가정법원은 “아동의 복리를 가장 중요하게 심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가정법원 이광우 공보판사는 “입양 허가까지 보통 3~4개월 소요되지만, 입양 요건에 대해 심리를 하다 보완할 부분이 생겨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법원에서 구체적인 기각 사유를 말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비송사건의 경우, 기각 심판문은 재판장이 재량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공보판사는 “입양 허가와 관련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신청인에게 추가 서류 요구 등의 보정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기각 사유가 충분히 전달됐을 텐데 입양 신청인들과 재판부 간의 입장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문가들은 입양 허가와 관련해 법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상용 교수는 “법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며 “사법서비스의 측면에서 양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심판문에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총신대학교 아동학과 조혜정 교수는 “보통 아동은 생후 18개월 후, 주 양육자와 애착을 형성해야 최적의 신뢰관계를 다질 수 있다”며 “양부모와 적절한 시기에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이의 안정감 형성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믿을만한 양부모의 선정은 매우 중요한 일이나, 아이와 양부모의 신뢰 형성 기간을 놓칠 수 있는 부작용도 법원이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