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체불명 물이 흥건” 송도 전철역…누수 가능성 제기

[단독] “정체불명 물이 흥건” 송도 전철역…누수 가능성 제기

기사승인 2016-08-28 23:42:15 업데이트 2016-08-29 21:32:42

[쿠키뉴스=정진용, 이소연 기자] # “송도가 아무리 습한 지역이어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요?”

인천 연수구 송도동 주민 윤모(32·여)씨가 매일 이용하는 인천도시철도 1호선 ‘센트럴파크역’은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날에도 늘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있다. 윤씨는 얼마 전 한 할머니와 아이가 역사 내에서 미끄러져 다칠 뻔한 것을 목격한 이후, 발걸음을 더 조심하게 됐다. 그는 “심한 날은 마치 물에 흠뻑 젖은 대걸레로 바닥을 닦은 것 같다”며 “도대체 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의아해했다.

송도연장선은 지난 2009년 6월 개통됐다. 인천지하철 1호선 동막역과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6.5km 구간이다. 캠퍼스타운역, 테크노파크역, 지식정보단지역, 인천대입구역, 센트럴파크역, 국제업무지구역 등 6개 정거장이 들어섰다. 

현재 송도연장선 6개 역에서는 모두 원인 미상의 물고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는 지반침하 연관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인천도시철도공사(철도공사) 측은 이를 결로현상으로 단정 짓고 방치하고 있다.  

◇ 밖은 폭염인데 지하철 역사는 “물이 흥건”…출입금지 구역도 있어 

지난 23일 캠퍼스타운역 승강장에는 후끈한 공기와 함께 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날 인천지역의 최고기온은 33도. 폭염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6개 역 중 인천대입구역, 센트럴파크역, 국제업무지구역 등 3곳은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상태였다. 나머지 역들도 바닥과 벽에 물이 번진 자국이 넓게 져 있었다. 6개 역의 대합실 벽에는 모두 ‘미끄럼주의’ 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출구로 향하는 길목에는 2~3명이 다닐 수 있는 정도 폭의 미끄럼방지 매트가 깔린 상태였다. ‘바닥이 미끄러우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크게 쓰인 표지판도 세워져 있었다. 

인천대입구역과 국제업무지구역은 특히 심각했다. 대합실 한쪽에는 ‘출입금지’ 줄을 만들어 놓고 승객들의 접근을 막았다. 국제업무지구역의 경우, 출입금지구역은 대합실의 절반 정도의 넓이를 차지한다. ‘출입금지’ 줄 너머 바닥에는 일부러 엎지른 것처럼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오늘은 물이 덜 고여 있는 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출입금지구역을 드나들기도 했지만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낙상·누전 위험까지 

미끄럼방지 매트나 주의 표지판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불편함과 안전 위험을 호소하고 있다. 

송도동으로 이사 온 지 1년 된 서은선(30·여)씨 “유독 송도 지역 지하철역 바닥은 끈적거리고 미끄럽다”며 “아이를 데리고 나오거나 유모차를 몰 때는 특히 발걸음을 조심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송도연장선 구간 지하철역의 한 청소노동자는 “바닥을 걸으면 ‘철벅 철벅’ 소리가 날 정도로 물이 고여 있어 출근하자마자 닦아내지만, 돌아서면 또 올라온다”며 “시민들이 ‘바닥에 무슨 왁스 칠을 해놨냐’고 화를 낼 때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누전의 위험도 있다. 역사 내 콘센트는 물기가 있는 바닥 쪽에 배치돼있어 감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 또 전기장비의 고장도 초래될 수도 있다. 서울지하철 7호선 천왕역의 경우 지난해 역사 내 물기로 인해 화재감지기 오작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 전문가 “누수 가능성 배제 못 해…송도 지반침하 근거 될 수도”

송도연장선 물고임 현상에 대해 전문가 6명에게 문의한 결과, 3명은 결로현상이 아닌 누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로 현상은 실내외의 온도 차가 심할 때 실내 공기층의 습기가 차가운 벽체나 천정에 이슬이 되어 맺히는 현상을 일컫는다.

누수로 지하수나 바닷물이 역사 내로 흘러들어오는 것이라면, 송도 지역 지반침하 현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송도에서는 지반침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두 차례에 이어 지난해 6월에도 송도 국제도시 도로에서 지반 침하가 연달아 발생했다.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권기혁 교수는 “고인 물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지하철 역사 내 공간이 넓고 바람도 잘 통하는 구조이기에 결로가 발생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공사할 때 방수처리를 제대로 한 것인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건축공학과 송승영 교수는 “만약 벽과 바닥에 방수처리가 잘 되어 있다면 결로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누수일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단순 결로 현상…예산 문제로 개선 어려워” vs “원인 파악해 조치 취해야”

이에 대해 송도연장선 구간을 시공한 업체와 관리·운영하는 철도공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제업무지구역을 건설한 경남기업은 “매립지라는 송도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표준 모델로 시공했기 때문에 외벽의 안쪽에 방수층을 시공하는 ‘내방수’ 처리는 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갯벌이었던 곳이어서 물이 많이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부실 공사는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단순한 결로현상”이라고 일축했다. 관계자는 “마감재를 덜 미끄러운 소재로 바꾸거나 환기시설을 확충하는 식의 개선 방법이 있으나 예산 문제로 어려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한 현장 조사 등을 실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현실적으로 해결 방법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슷한 문제를 두고 다르게 대처한 지역 철도공사도 있다. 최근 역사 내 물고임 현상이 발생한 서울도시철도공사 7호선 도봉산역은 원인 파악을 위해 조만간 합동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대전지하철 1호선의 경우, 지난 2005년 10개 구간이 심각한 결로 현상을 겪었으나 환기 노력과 제습 장비 구비 등을 통해 현재 결로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전문가는 정확한 원인 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천대 인천방재연구센터장 허종완 교수는 “지하철역에 고인 물이 바닷물로 확인된다면, 송도 전체 지반에 해수가 유입되고 있다는 전조일 수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송도 지역에 대규모 도로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사람들이 지하철 역사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기에 정확한 원인 진단이 필요하다”며 “고인 물의 성분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jjy4791@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