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성난 농민 “개 사료보다 못 한 쌀값, 사람대접 받고 싶다”

정부에 성난 농민 “개 사료보다 못 한 쌀값, 사람대접 받고 싶다”

기사승인 2016-09-22 21:42:12 업데이트 2016-09-22 21:42:15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이소연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박근혜 정부의 농업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22일 오후 2시 전농 소속 6000여명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쌀값 대폭락 박근혜 정권 퇴진 농민대회’를 열고 “정부는 쌀값을 보장하고 쌀 수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과 대기업 농업진출 차단”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 폭력 사과”라는 구호도 함께 외쳤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개사료보다 못한 쌀값을 받으며 어떻게 사람대접을 받겠냐”면서 “정권은 식물인간이 된 백남기 농민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농 김영호 의장은 이날 단상에서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는 현장을 보며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멎는듯 했다”며 “농민들의 가슴에 불덩이가 일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그럼에도 정부는 6월 초에 이어 이달에도 미국 쌀 수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 진출 계획을 발표한 LG CNS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FTA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재벌이 농업에 뛰어들어 농민의 목숨줄을 조이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전국쌀생산자협회(생산자협회)의 이효신 회장은 “동포가 굶고 있는 상황에서 쌀을 개·돼지에게 사료로 준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재고 쌀을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당·정·청 협의회에서 쌀 수급 안정 대책으로 ‘절대농지’ 해제 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농민을 명백히 무시하는 처사”라며 “농촌을 투기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절대농지란 농지법상 농업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는 땅을 말한다.   

이날 이 회장을 비롯한 생산자협회와 전농 간부 40여명은 삭발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집회 참여를 위해 충남 당진에서 상경한 이경규(58)씨는 “30년 이상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이 가장 힘들다”며 “농업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희망은 없다”고 토로했다. 

전라북도 토마토생산자연합회 한동근(57) 회장은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소규모 농가들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다”고 설명했다.    

전농은 오는 11월12일 제2차 대규모 농민대회를 예고했다.

지난 7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미국산 가공용 쌀 6만405톤을 수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분노한 농민들은 전남 나주 aT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북 익산과 순창·장수에서 논을 갈아엎는 등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한편,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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