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서울대 교수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29일 증거 위조와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57) 교수에게 징역 2년에 2500만원 벌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내 독성학 분양의 최고 권위자로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부담해야 함에도, 연구업무 수행과 관련된 금품을 받고 실험데이터 누락하는 등 부정행위를 했다”며 “대학 연구의 공정성, 객관성 및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원인을 파악하는 데 방해 요소로서 작용해 오로지 자신의 잘못이라며 자책하는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에서도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제출된 보고서에 옥시 측에 일부 불리한 점도 포함했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는 28개월밖에 살지 못했는데…”
이날 공판에 참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20여명은 판결 후 “형량이 너무 낮다” “우리 아이는 28개월밖에 살지 못했다”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피해 가족 중 한 여성이 실신하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 교수는 2011년 11월 옥시측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의 안정성 평가를 의뢰받았다.
이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옥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데이터를 임의로 가공하거나 살균제 성분 유해성을 드러내는 실험 내용을 누락한 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증거 위조)로 지난 5월 구속기소 됐다.
옥시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1200만원을 받은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도 받는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와 무관한 물품대금으로 5670만원을 수령한 혐의(사기)도 있다.
한편, 현재까지 공식 집계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사망자 920명, 생존환자 3566명에 달한다. 이중 70%에 가까운 피해자가 옥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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