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리콜된 갤럭시노트7도 발화 사고가 이어지면서 단순히 배터리가 아니라 전체 설계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삼성이 갤럭시노트7의 폭발 사고 원인으로 삼성SDI의 배터리를 지목했지만 중국 ATL로 배터리 전량을 교체했는데도 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새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례로 주요 언론매체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것은 미국 5건, 한국 1건, 중국 1건, 대만 1건 등이다. 해외 사례 7건에 대해서는 각국 소비자 담당기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유력 통신사인 AT&T, 버라이즌, T모바일, 스프린트 등이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가 잇따름에 따라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거듭된 발화사고와 통신사들로부터 압력 때문에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라인도 일시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갤럭시노트7 소손 발생으로 정밀한 조사와 품질 관리를 위해 공급량 조정을 하고 있다"고 판매 중단에 대해 밝혔다.
산업제품의 안전성과 리콜 등의 문제를 담당하는 미국 국가기관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 주 루이빌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갤럭시노트7 항공기내 발화 사고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이르면 이번주 초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를 지켜보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배터리셀에만 집중했던 삼성전자의 원인 진단이 틀린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2일 갤럭시노트7의 글로벌 리콜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발화 원인을 (SDI에서 납품한) 배터리셀 분리막 때문이라고 봤다. 개발 단계보다는 공정상의 품질관리가 미흡했다면, 음극과 양극 극판이 눌리거나 절연테이프 건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 SDI 배터리를 전량 중국 ATL사로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콜된 제품까지 문제가 생기자 내부결함이 아니라 배터리 사용량과 과전류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전체 설계나 소프트웨어 시스템 결함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내부에서 발열 징후가 있으면 전력을 관리하는 칩에서 발열을 제어하게 된다"며 "발화가 된 건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갤럭시S6부터 경쟁사인 아이폰을 의식해 탈착형 배터리 대신 일체형 배터리를 쓰면서 배터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늘었다는 것도 한 몫한다. 여기에 갤럭시노트7부터 방진방수 설계 및 홍채인식 기능 등을 탑재해 충전 중에도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배터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배터리 충전 중에 외부충격이 가해졌을 경우 완충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속충전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부딪히는 등의 충격이 있으면 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발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충전 중 타격 등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그 타격을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어찌 됐든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심을 짙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발화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며 미국 CPSC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