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 민심]은 시장, 지하철역, 광장, 길거리 등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찾아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코너입니다.
가감 없이 솔직한 시민들의 발언, 함께 보시죠.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새누리당의 시작은 창대했습니다.
창당 첫해인 지난 2012년,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 의석(152석)을 차지했습니다. 같은 해 치러진 대선에서는 직선제 이후 처음으로 과반 득표를 거둔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집권 여당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셈입니다.
그러나 지난달 ‘비선 실세’ 최순실(개명 최서원·60)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22일 “생명 다한 새누리당을 역사의 뒷전으로 밀어내겠다”며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 국정농단 의혹의 사실상 ‘피의자’가 된 상황임에도, 여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비판을 못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정두언·정문헌·정태근 전 의원 등도 탈당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반면 같은 당 김무성 전 대표는 “새로운 보수를 만들고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미로 새누리당에서 탄핵 발의에 앞장서겠다”며 내부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새누리당의 향후 노선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과연 가장 적절한 해법은 무엇일까요?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일대를 돌며 ‘새누리당 개혁안’에 대한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봤습니다.
다수의 시민이 “새누리당은 이미 개혁의 시기를 놓쳤다”면서 “탈당 후 재창당이 옳은 선택”이라고 성토했는데요.
직장인 최동호(46)씨는 “다 허물어진 곳에서 무엇을 고칠 수 있겠냐”며 “(새누리당이) 재창당 하게 되면 새로운 인사들이 영입돼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사업가 K씨(59)는 “내부 개혁이 될 것 같았으면 진작 됐다. (새누리당에) 남아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 호위무사밖에 안 된다”며 “탈당해서 새롭게 당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비판도 거셌습니다.
대학생 권모(27)씨는 “지난 총선 때만 해도 서로가 박 대통령의 심복임을 주장한 사람들이 지금에서야 내부 개혁을 말하는 건 국민에 대한 우롱”이라며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창당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대표의 말처럼 “당 내부에서 개혁해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직장인 박모(61)씨는 “탈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며 “당을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남아서 고쳐야 진정 옳은 개혁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천안에 거주하는 장모(32)씨는 “탈당한다 해도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나마 유일했던 보수 정당이기에 내부에서 개혁하는 방안을 찾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라도 내부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주부 최금식(60·여)씨는 앞서 김 전 대표가 당 차원에서 탄핵을 주도하겠다고 한 점을 언급하며 “새누리당이 내부에서 개혁하며 대통령 탄핵까지 쉽게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새누리당이 개혁을 주창해도 바뀌는 게 없을 것이라고 꼬집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대학생 김태홍(29)씨는 “재창당과 내부개혁 모두 기회주의적 꼼수”라며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새누리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통렬하게 반성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직장인 박미영(31·여)씨도 “(두 개혁안 모두)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국민이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날 몇몇 시민들은 “열 받아서 새누리당에 대한 말은 하기 싫다”며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지난 2011년 10·26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후 탈당파와 재창당파의 갈등 속에서 한나라당은 당명만 바꾸는 손쉬운 개혁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당명을 바꾸는 방법만으로는 떠난 민심을 붙잡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는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200만명의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누리당이 선택할 진정한 개혁안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습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