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보수 8 vs 진보 1, 무게추 쏠린 헌법재판소…“탄핵은 보수·진보 문제 아냐”

[박근혜 탄핵] 보수 8 vs 진보 1, 무게추 쏠린 헌법재판소…“탄핵은 보수·진보 문제 아냐”

기사승인 2016-12-09 18:06:13 업데이트 2016-12-09 18:06:17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9일 오후 가결된 가운데,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재임 중인 헌법재판관은 총 9명이다. 이 중 6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확정된다. 그러나 친정부, 보수 색채가 강한 헌법재판관들이 다수를 이루는 상황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대통령·대법원장·여당 추천 7명 vs 야당·여야 합의 2명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해 임명한다. 헌법재판소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다. 문제는 대법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라는 점이다. 여당 추천까지 합쳐 총 7명 이상의 헌법재판관들은 친정부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헌법재판소 소장을 맡고 있는 박한철(63·사법연수원 13기) 재판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조용호(61·사법연수원 10기)·서기석(63·사법연수원 11기) 재판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추천으로 임명됐다. 이정미(54·사법연수원 16기) 재판관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이진성(60·사법연수원 9기)·김창종(59·사법연수원 12기) 재판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천했다. 안창호(59·사법연수원 14기) 재판관은 여당 추천, 김이수(63·사법연수원 9기) 재판관은 야당 추천, 강일원(57·사법연수원 14기) 재판관은 여·야 합의로 임명됐다.  

공안검사 출신의 박 재판관과 안 재판관의 이력이 특히 두드러진다. 박 재판관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수사를 지휘한 ‘공안통’으로 꼽힌다. 안 재판관도 대검찰청 공안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공안검사 출신이다. 지난 2006년 일심회 간첩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김창종 재판관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줄곧 판사로 근무해온 인물로 보수 성향이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 통합진보당, 8대 1로 해산…보수 성향 뚜렷·‘정권 방패막이’ 오명 사기도  

실제 이들이 내린 판결 내용 역시 친정부 또는 보수 성향을 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년간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해산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노동조합 지위를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모두 박근혜 정부에 날 선 비판을 가해온 단체들이다.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는 ‘정권의 방패막이’이라는 오명을 사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12월19일 인용 8 대 반대 1 의견으로 통합진보당의 해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표현과 결사의 자유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비판을 가했다.     

당시 해산 이유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전민 항쟁과 저항권 행사 등 폭력에 의한 진보적 민주주의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했다”며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 재판관과 조 재판관은 “주도세력에 의해 장악된 통합진보당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와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추구하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그 전복을 꾀하는 행동은 우리의 존립과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는 소위 대역 행위”라는 별도의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김이수 재판관만 홀로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돼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 헌재, 교원노조법 합헌 결정에 국제기구 우려 표해…“헌법상 자유 훼손”   

헌법재판소의 보수적 성향은 교원노조법 합헌 결정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로 규정한 근거인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해고된 교원 등 교원이 아닌 사람을 조합원 자격에서 배제하는 것이 지나친 단결권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며 8 대 1(김이수 재판관)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헌법재판소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훼손했다”며 “(교원노조법 2조는)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독소조항으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개정 요구를 받아왔다”고 비판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교원단체총연맹 등도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우려된다”며 한국 정부에 전교조 법외노조 결정에 대한 철회를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 “보수 성향 재판관 많지만…탄핵 심판은 진보·보수 문제 아냐” 

그러나 이번 탄핵 심판은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갈릴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완식 교수는 “보수는 기존 질서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지 대통령을 지키려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현재까지 나온 진술과 증거들로 볼 때 과거 박 대통령이 부정부패, 뇌물수수, 국가에 해악을 끼쳤다는 혐의가 짙다. 이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는 “현재 보수 성향을 띄는 헌법재판관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이번 대통령 탄핵 사건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로 나눌 수 없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박 대통령은 현재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는 중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라며 “헌법재판관들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법조인으로서 양심에 걸맞은 판결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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