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인 일탈일까 시스템 구멍일까?…홈플러스 100억 양곡 덤핑 논란

[기자수첩] 개인 일탈일까 시스템 구멍일까?…홈플러스 100억 양곡 덤핑 논란

기사승인 2017-01-11 05:00:00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담당자가 쌀 수수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작정하고 회사를 속인 것입니다.”

홈플러스는 최근 불거진 ‘100억대 양곡 덤핑 사건’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회사 역시 피해자며 ‘개인 일탈’이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양곡 판매업자 A씨는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양곡 공급 결정권이 있는 홈플러스 담당자 B씨와 C씨에게 각각 11억원과 1억1000만원을 건네고 100억원에 달하는 양곡을 건네받아 싼 가격에 팔아넘겼다.

A씨는 양곡을 덤핑으로 팔아넘기고 차후 손해액을 보전해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갚은 돈은 절반도 되지 못하는 25억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B씨와 C씨는 내부 전산시스템상에 75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을 관리기준에 맞춰 15억원으로 축소 기록했다.

사 측은 ‘개인 일탈’로 사건을 정의했지만 정황을 들여다보면 시스템적인 허점도 발견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B2B 특성상 미수채권 발생 가능성이 있어 관련 B2B사업 업체의 사전 담보금, 미수채권 사전승인제도, 대금채권의 기간 내 정상 회수 등을 월별로 관리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이 해당 사건의 꼬리를 잡은 것은 2015년 11월이다. 재무팀에서 미수금 채권이 관리기준을 초과하자 담당자인 B·C씨에게 거래량 관리를 요청했고 둘은 쌀 공급을 계속하면서 거래내역을 은폐하고 미수채권도 최소금액만 회수한 것처럼 기록했다. 홈플러스가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한 것은 7개월이나 지난 지난해 5월, 누적 피해액은 75억원에 달했다.

B2B 업계 관행상 물건을 먼저 지급하고 대금을 2~3개월 뒤에 받는 일명 ‘깔아두는’ 방식 때문에 발생했다고 하기도 어렵다. 업체·직군에 따라 다르지만 신규거래처의 경우 최소 6개월 이상 거래를 한 뒤에야 비로소 깔아주기 시작하고 그마저도 많아야 1000만원 남짓이다. 이번 사건처럼 총 100억원대 물건이 나가기 위해서는 대표이사, 적어도 장(長)급의 전결이 필요하고 거래처에 대한 신용등급확인과 담보설정 등이 기본적인 절차다.

정말 사 측의 관리 밖에서 담당자 둘이 짜고 7개월 동안 100억원의 물량을 출납하고 결과를 축소·은폐해 기록했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사내 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일 뿐만 아니라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은 종결됐지만 75억원의 피해는 고스란히 홈플러스에게 돌아왔다. ‘수업료’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