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국민 개개인이 정치·사회 등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 ‘알 권리’다. 법으로 제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대사회에서 알 권리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998년 1월 시행된 공공기관 정보공개제도 역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요구에 부응됐다고 볼 수 있다.
4일부터 개정된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이 적용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알 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가공제품의 유전자변형 DNA 단백질표기방안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원재료 성분함량 순서대로 5위까지만 GMO 포함 여부를 표기했던 기존과는 달리 함량 전체로 확대된다. 제품에 표시되는 GMO 글자도 12포인트로 커진다. 애초에 GMO로 개발되지 않은 쌀이나 바나나 등 제품에 ‘Non-GMO' 표시를 하는 꼼수도 금지된다.
문제는 개정된 표시기준이 여전히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쟁점이었던 ‘완전표시제’는 이번에도 제외됐다. 따라서 GMO 콩으로 식용유를 만들더라도, 제품화된 식용유에 DNA 단백질이 없다면 GMO 표시 의무가 없다. GMO 원재료로 만들었지만 GMO 제품은 아닌 셈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쉽고 많이 접하는 식용유의 경우 사실상 개정된 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반쪽 개정은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행한다. 지난해 7월 GMO 종주국인 미국의 버몬트주(州)에서는 GMO 표시 의무화법이 시행됐다. 대만에서는 학교 급식에 GMO 식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에 대한 요구는 명확하다. 시장·경제상황상 GMO 퇴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알게라도 해달라는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422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1.4%가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해야한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의 4.5%만이 GMO에 대해 안전하다고 답했다.
법은 개정됐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개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