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설상가상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사그라지기도 전에 구제역이 덮쳤다.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만이다.
올 겨울 처음으로 충북 보은군의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이어 전북 정읍의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구제역은 소와 돼지, 염소 등 발굽이 두 갈래로 갈라진 동물에서만 발생하는 가축질병으로 250㎞의 전염반경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전염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348만마리의 소와 돼지 등을 살처분하기도 했다.
문제는 전국 소 사육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다. 전체 사육두수의 97.5%가 구제역 항체를 가지고 있다던 방역 당국 발표와는 달리, 처음 발생한 충북 보은군 농장의 젖소는 불과 19%만이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해당 농장 젖소 21마리 중 4마리에 불과하다.
전북 정읍의 한우농가는 더 낮아 항체형성률이 5%에 불과했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전국의 다른 농장 역시 항체 형성률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방역당국의 ‘97.5%’는 존재하지 않는 ‘허수’였던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확한 구제역 원인 조사에 나서면서 젖소 50만마리와 한우 280만마리 등 전국의 모든 소를 상대로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소를 잃은’ 뒤다.
또 백신관리의 문제가 생겼거나 혹은 백신이 오래돼 변질됐을 가능성, 그리고 낙농가에서 원유 수급 감소를 우려해 일부러 접종을 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가축 전염병 청정지대라고 볼 수 없다. 매년 AI와 구제역이 발생하고 항상 늑장대응이 구설수에 오른다. 2010년 이후 백신접종을 의무화했지만 사후추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구제역균은 열에 약해 130℃로 살균하는 우유와 익혀먹는 고기의 경우 먹어도 문제는 없다. 1970년 이후 구제역이 사람에게 감염됐다는 보고도 없다. 그러나 농가생계의 어려움과, 불안감으로 인한 시장위축도 불 보듯 뻔하다.
종이 위에 적힌 97.5%가 방심을 만들었다. 빠른 대응과 조치로 ‘구제역 조기 진압’이라는 말이 들려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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