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제역, ‘97.5%’의 방심이 불러온 인재

[기자수첩] 구제역, ‘97.5%’의 방심이 불러온 인재

기사승인 2017-02-07 16:33:21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설상가상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사그라지기도 전에 구제역이 덮쳤다.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만이다.

올 겨울 처음으로 충북 보은군의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이어 전북 정읍의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구제역은 소와 돼지, 염소 등 발굽이 두 갈래로 갈라진 동물에서만 발생하는 가축질병으로 250의 전염반경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전염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348만마리의 소와 돼지 등을 살처분하기도 했다.

문제는 전국 소 사육 농가의 항체 형성률이다. 전체 사육두수의 97.5%가 구제역 항체를 가지고 있다던 방역 당국 발표와는 달리, 처음 발생한 충북 보은군 농장의 젖소는 불과 19%만이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해당 농장 젖소 21마리 중 4마리에 불과하다.

전북 정읍의 한우농가는 더 낮아 항체형성률이 5%에 불과했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전국의 다른 농장 역시 항체 형성률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방역당국의 ‘97.5%’는 존재하지 않는 허수였던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확한 구제역 원인 조사에 나서면서 젖소 50만마리와 한우 280만마리 등 전국의 모든 소를 상대로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소를 잃은뒤다.

또 백신관리의 문제가 생겼거나 혹은 백신이 오래돼 변질됐을 가능성, 그리고 낙농가에서 원유 수급 감소를 우려해 일부러 접종을 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가축 전염병 청정지대라고 볼 수 없다. 매년 AI와 구제역이 발생하고 항상 늑장대응이 구설수에 오른다. 2010년 이후 백신접종을 의무화했지만 사후추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구제역균은 열에 약해 130로 살균하는 우유와 익혀먹는 고기의 경우 먹어도 문제는 없다. 1970년 이후 구제역이 사람에게 감염됐다는 보고도 없다. 그러나 농가생계의 어려움과, 불안감으로 인한 시장위축도 불 보듯 뻔하다.

종이 위에 적힌 97.5%가 방심을 만들었다. 빠른 대응과 조치로 구제역 조기 진압이라는 말이 들려오길 바란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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