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재심' 정우 "실화 기반? 관련자와 관객 모두를 배려하며 연기했다"

[쿠키인터뷰] '재심' 정우 "실화 기반? 관련자와 관객 모두를 배려하며 연기했다"

'재심' 정우 "실화 기반? 관련자와 관객 배려하며 연기"

기사승인 2017-02-15 17:02:44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은 실화인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린 피해자와 그를 변호하는 변호사 준영(정우)의 이야기. 선뜻 보기엔 그리 가벼운 작품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우는 “생각보다 유쾌하고, 긴장감이 있지만 관객을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에는 실화인지도 몰랐어요. 이야기 자체가 영화적이거든요. 허구라고 생각했다가,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을 알고 정말 놀랐어요. 동시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죠. 재미있게 본 시나리오가 순식간에 안타깝고 가슴 아팠죠. 보는 분들도 가랑비에 옷자락 젖듯, 유쾌하게 보시다가 나중에는 감정에 푹 젖으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몰랐다 해도 실제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다. 당연히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우는 “영화를 보는 관련자들의 심정도 헤아려야 하지만, 일반 관객들도 배려해야 했다”고 말을 이었다. 소재가 무겁다 보니 관객들이 시작부터 지칠 가능성을 셈해야 했다. “부담 없이 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고,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포지션을 제가 맡은 준영이 가져갔으면 싶었어요. 그렇지만 실제로 이 사건을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님과의 이미지 고착화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에 예민하게 연기를 고민했어요.”

“그런데 정작 박준영 변호사 본인은 신경 안 쓰시더라”며 정우는 웃었다. 막상 영화를 봤을 때 자신의 연기는 아쉬운 점만 눈에 띄지만, ‘재심’이라는 영화 전체에서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 좋았단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재심’속의 따뜻함은 정우가 연기한 준영 덕분에 가능하다. 이른바 ‘사람 냄새’나는 소탈한 연기 때문이다. 어떤 역할을 연기하든 정우가 맡은 배역들은 항상 생동감이 넘친다. 단순히 그 사람을 맡은 롤 안에 가두지 않기 때문이다.

“저는 법조인들이 가진 이미지나 편견을 반영한 변호사가 아니라, 그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단한 정의감이 있어 변호사가 된 게 아니라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샐러리맨인데, 그 수단이 법조인인거죠. 그런데 그런 인물이 어느 순간 점점 자신의 권익을 포기하고 바른 길을 나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곡선처럼 완만하게 표현되길 바랐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 어느 순간 갑자기 마음이 변하는 일은 인생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사람을 믿을 때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요?”라는 정우는 “믿음은 시간이 지나며 쌓여가는 것이고, 실제로 작품 속의 준영이도 현우를 믿기까지는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좋게 입소문이 나서 많이 봐 주시면 큰 의미가 될 것 같아요. 사건의 팩트를 가지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영화가 아니라, 상처가 있는 사람을 믿고 이해하고, 종국에는 안아주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예요.”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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