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떠나는 이정미 권한대행, ‘물대포·간통죄·독신자 입양’ 소신 있는 의견 남겨

헌재 떠나는 이정미 권한대행, ‘물대포·간통죄·독신자 입양’ 소신 있는 의견 남겨

기사승인 2017-03-13 14:20:22 업데이트 2017-03-13 16:52:09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 결정을 이끈 이정미 헌법재판소(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13일 퇴임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헌재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약 9분간의 퇴임식을 끝으로 6년 간의 헌법재판관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 2011년 3월14일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취임 당시 만 49세로 역대 최연소 헌법재판관이었다. 비(非)서울대 법대 출신,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에 이은 두 번째 여성 헌법재판관이라는 점도 화제가 됐다. 

파격적인 인사였으나 잡음도 있었다. 이 권한대행은 인사청문회에서 국가보안법, 사형제도, 간통죄 등의 민감한 부분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꺼렸다. 이로 인해 “소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려와 달리 이 권한대행은 위헌 심판 등에서 소신 있는 판결을 내놨다. 지난 2013년 헌재는 ‘시위 현장의 물대포 발사 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시민의 헌법 소원을 각하했다. 그러나 이 권한대행은 “물대포는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간통죄에 대해서는 “간통은 가족공동체 보호에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며 합헌 판단을 내렸다. 독신자가 친양자를 입양할 수 없도록 한 옛 민법 조항에 대해서도 “편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타파돼야 할 대상”이라며 “독신자의 입양을 봉쇄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각각 위헌과 합헌이 내려진 ‘법정 의견’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판결을 내놓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이 권한대행은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 측의 대리인단인 김평우 변호사가 재판부에 “국회 측의 수석 대리인이다. 법관이 아니다” 등의 막말을 하자 이 권한대행은 “언행을 조심해달라. 감히 그런 말씀을 이 자리에서 하실 수 없다”고 강력하게 제지했다. 대리인단의 무더기 증인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증인 신청을 대부분 기각했다.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취소 조치를 내려 신속한 판결을 이끌었다. 

지난 10일 낭독된 탄핵 심판 결정문 내용 중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며 국민은 그런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는 표현 등은 이 권한대행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권한대행의 후임으로 이선애 변호사가 지난 6일 지명됐다. 이 변호사에 대한 인선이 완료될 때까지, 헌재는 7인 재판관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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