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연기는 오미자 같은 맛이 나요.”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택연에게 연기에 대해 묻자 이처럼 대답했다. 하면 할수록 다양한 매력이 있어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KBS2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택연에게 연기는 큰 부담이었다. 새로운 영역이었고, 2PM 멤버 중 개인 활동이 처음이었기에 혹시나 잘하지 못 하면 멤버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시선이 닿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연기하는 택연을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tvN ‘싸우자 귀신아’에서 주연을 맡아 활약한 택연은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에서 최신부 역할을 소화하며 배우 김윤진과 호흡을 맞췄다. 김윤진은 한 인터뷰에서 “전체를 볼 줄 아는 시선을 가진 배우”라고 택연을 극찬한 바 있다.
“김윤진 선배가 너무 좋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죠.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최신부가 극 중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처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최신부가 가진 반전의 요소를 살리는 것과 영화의 흐름을 끊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택연은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첫 번째 이유를 김윤진으로 꼽았다. 지금까지 김윤진이 출연한 작품의 완성도와 특유의 연기 스타일을 믿었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시나리오였다. 택연은 ‘싸우자 귀신아’의 촬영감독에게 건네받은 시나리오를 읽으며 출연을 결정했다.
“김윤진 선배의 연기가 한국 관객에게 큰 감동을 전달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타임슬립 장르를 볼 때 설정 오류를 먼저 찾는 사람인데 ‘시간위의 집’ 대본을 읽으면서는 설정 오류를 찾지 못했어요. 그만큼 몰입도가 있었던 거죠.”
기대했던 김윤진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택연은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극 중 김윤진이 연기한 것은 25년간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캐릭터. 최신부는 미희에게 다가가 그를 돕기 위해 노력하지만, 미희는 그를 냉대한다.
“25년간 마음의 문을 닫은 미희를 상대하면서 무안해하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그게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김윤진 선배의 아이디어로 최신부의 캐릭터가 살아나기도 했죠. 김윤진 선배는 큰 그림을 보고 섬세한 것까지 챙겨 영화적 메시지를 전달하시는 분이에요. 많은 걸 배웠어요.”
자신의 연기를 자평하자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시간위의 집’ 속 자신의 연기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택연은 “아쉽다”는 말부터 꺼내놓는다. 이와 동시에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 연기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최신부는 영화 앞 분에서 밋밋한 표현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 표현의 질감이 아쉬워요. 이번 작품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 연기의 밀도 차이를 깨달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감을 잡을 수 있겠죠”
할리우드 진출을 묻는 질문에 택연은 “아직 한국 영화계도 잘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꾸준히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윤진은 택연에게 미국에 직접 가서 도전해 보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택연은 올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이제 막 연기의 맛을 본 배우가 활동을 잠시 중단하게 된 것이다. 이에 관해 아쉬움은 없을까.
“시간이란 건 누구에게나 같죠. 이제 와서는 ‘빨리 다녀올 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는 게 목표예요. 21개월이라는 시간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보내면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지지 않을까요.”
inout@kukinews.com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