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뽀글 머리에 촌스러운 스타일, 특유의 센 억양까지. 배우 임화영이란 이름은 낯설어도 KBS2 ‘김과장’을 본 시청자라면 김성룡(남궁민)의 동반자 광숙이는 기억할 것이다. 조력자 역할을 하며 김성룡 과장을 “꽈장님”이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이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임화영은 낯선 이름에 비해 오랜 기간 조연으로 활약해온 배우다. 2010년 SBS 드라마 ‘커피하우스’로 시작해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다. 최근엔 tvN ‘시그널’에서 차수현(김혜수)의 동생 차수민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임화영은 자신을 뒤늦게 기억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오히려 반갑다고 털어놨다.
“시청자 분들이 ‘김과장’을 사랑해주신 건 알겠는데, 광숙이에 대한 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주위에서 해주시는 얘기를 듣고 많이 예뻐해 주시는구나 하는 정도로 느끼죠. 실시간 라이브 톡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챙겨봤는데, 가끔 제 얘기가 나올 때가 있어요. 광숙이가 ‘시그널’에 나왔던 애래, 정말 걔였어? 하는 반응이 나오면 정말 좋았어요. 그만큼 작품에 잘 어우러졌다는 얘기로 들리거든요. 그게 제 연기의 방향성이기도 하고요. 임화영이라는 사람보다 작품 속 인물로 봐주시는 것에 배우로서 감사드려요.”
임화영이 맡은 오광숙 역할은 일단 외형적인 모습만 봐도 한 눈에 캐릭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개성을 자랑한다. 거기에 극 중 인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대사를 덧붙여 인물을 완성시켰다. 임화영은 “광숙이의 겉모습은 감독님이 그려줬고, 연기는 함께 만든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광숙이의 외형적인 모습은 감독님이 분명하게 그려주셨어요. 장소 헌팅을 위해 지방에서 차를 드시다가 직원들을 보고 ‘광숙이 스타일’이란 생각을 하셨나 봐요. 저 옷에 과도한 화장과 헤어스타일까지 더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대요. 그래서 뽀글 머리부터 과한 화장에 스타킹, 손톱 색깔까지 잡아주셨죠. 그걸 그대로 제 몸에 입었더니 광숙이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또 촬영 전에 항상 “광숙이였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고 먼저 물어봐주셨어요. 극 흐름에 맞게 “너무 갔다”거나 “이건 더 나올 수 있잖아”라고 연기 톤 조절을 정말 잘해주셨죠.”
임화영은 ‘김과장’의 성공을 예감한 건 첫 리딩 현장 때부터다. 내공이 튼튼한 연극배우들이 바쁜 스케줄에도 다 앉아 있는 걸 목격하고 깜짝 놀랐단다. 감독, 작가님이 배우들의 공연을 찾아보면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기도 했다.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임화영도 그 중 한 명이다.
“학생 때부터 연극을 보러 다니고 연기 전공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극에 대한 동경이 생겼어요. 처음부터 영화배우가 돼야지, 탤런트가 돼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어요. 공연을 하다가 우연히 관련 회사와 연결돼서 드라마, 영화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처음엔 무서웠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잘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배우는 그런 구별 없이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단역부터 시작했죠. 표현하기 힘든 적도, 잘할 수 있을까 싶은 적도 있었지만 전 다른 인물로 사는 그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이제 다른 작품에서 임화영을 만나는 시청자들은 ‘김과장’의 광숙이로 그녀를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임화영에게도 ‘김과장’이 남다른 작품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녀는 드라마와 광숙이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 마지막 소감을 남겼다.
“광숙이는 제게 많은 걸 열어준 친구예요. 이전보다 더 발랄하고 톤도 달라서 배우로서 연기 폭을 더 넓힐 수 있는 역할이었어요. 제 스스로를 넘어섰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김과장’은 좋은 사람들을 만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일적인 걸 빼면 결국 사람이 남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