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사람들에게 ‘집’이란 열심히 달려온 하루를 마감하며 돌아가는 곳이다. 무엇보다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으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처럼 항상 따뜻하고 편안한 안식처여야 하는 집에서, 밖에서보다 더 힘든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부터 줄곧 있어왔지만 최근에도 곳곳에서 아동학대나 부부폭력 등 가정폭력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모가 어린 아이를 심하게 학대해 숨지게 하거나, 부부 간에 다툼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심각한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정폭력 당사자들은 문제가 있어도 남들에게 터놓고 말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혹여나 자신의 흠이 될까 우려스럽고, 또는 단순히 ‘집안 문제’라고 생각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가정폭력은 숨기거나 그냥 덮어두려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반드시 제3자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다. 매일 같은 집에서 얼굴을 마주보면서 살아가는 가족에게 학대를 당하는 일은 그 어떤 폭력보다도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 폭력을 넘어 더 큰 화(禍)를 부르는 시초가 될 수도 있다. ‘가족끼리 생긴 일인데 뭐’라고 넘길 것이 아니다. 그들은 명백한 범죄자고, 피해자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엇보다도 외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으로는 서울 중부 해바라기센터가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지원하는 서울 중부 해바라기센터는 서울 지역에 총 6곳이 설치돼 있다. 성폭력을 비롯해 아동학대, 노인학대, 부부폭력 등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담, 수사, 법률적·사회적 지원 등을 돕고 있다. 응급 상황을 위해 의료원 내 중앙응급의료센터와도 시스템이 연계돼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 중에는 이러한 지원 센터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가정폭력 해결을 위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인식조차 보편화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가정폭력 전문 센터가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이에 앞서 가정폭력은 ‘범죄’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가정폭력이 단순한 가정 문제를 벗어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소식들을 통해 접해왔다. 더욱 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확실한 예방책과 지원책을 강구해야 될 이유다.
서울에만 한정돼 있는 가정폭력 전문 해바라기센터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센터뿐만이 아니라 경찰과 병원 등 다양한 지원 체계가 연계돼야 할 것이다. 행복과 안식의 공간이 아니라 불안과 공포의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든든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시급하다. yes22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