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고, 불상사가 이어지기도 한다.
롯데로 시작됐던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마땅한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99개 롯데마트 점포 중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1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74개 점포는 중국 당국의 사실상 사드 배치 보복으로 인해 영업정지조치로 문을 닫았다. 그나마 나머지 12곳도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없어 사실상 ‘문만 열고’ 있는 상태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중국 연 매출은 1조1290억원이지만 이어지는 경제보복에 벌써 3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 식품계열사의 수출길이 막힌 상황까지 염두에 둔다면 전체 피해액은 더 불어난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롯데그룹이 중국 롯데계열사에 긴급수혈한 3000억원도 사실상 상황악화를 지연시킬 뿐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피해가 이어질 경우 2조5000억원의 매출 손해를 예상하는 정도다.
문제는 지난 2월 시작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3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와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기 전인 2008년부터 중국은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 2012년 중·일 센카쿠 분쟁으로 중국 내 일본기업들의 점포가 습격당했던 일이 있었던 만큼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롯데에서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 악영향은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실제로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3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1분기 서비스수지는 88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인 39억2000만달러보다 126% 증가한 수치다.
이는 여행과 운송수지 적자 확대로 풀이된다. 3월 여행수지 적자는 13억5000만 달러로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5년 7월 이후 가장 큰 적자폭을 기록했다. 사드보복이 본격화된 3월 우리나라에 입국한 중국인 수는 36만78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연이은 내리막길 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한중 상호간 경제 손실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명목 국내 총생산의 0.5%, 즉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관계부처는 세계무역기구 안건 제기와 외교부를 통한 자제 요청 외에는 어떠한 대응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 수장(首長)의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부처가 주체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해한다. 다만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구성됐을 때, 해당 사안을 우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준비는 마련해두어야 한다.
나라 대 나라에서 시작됐던 논란은 나라 대 롯데로 갔다가 다시 나라 대 나라로 돌아왔다. 중국의 사드 보복 대상은 롯데가 아닌 우리나라다. 먼 길 불구경하듯 관망하다가는 손 쓸 때를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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