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아나운서 ▶ 키워드를 통해 사회 문제를 짚어보는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심유철 기자,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아동 재학대입니다. 내용, 먼저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한 원영이 사건.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낸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깨닫게 한 사건이었는데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인 만큼, 오늘 아동 재학대를 막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아동 학대의 주체부터 알아볼게요. 심기자, 아동 학대를 가장 많이 저지르는 건 누구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안타깝게도 그건 부모입니다. 2015년 전국 아동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1만 1715건의 아동 학대 사례 중, 9348건. 즉 79.8%이 부모에 의해 발생했거든요. 결국 학대를 당한 10명 중 8명은 부모에게서 당한 셈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부끄러운 현실이네요.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거기서 이어지는 재학대인데요. 학대를 당한 아동과 가해자인 부모가 분리되지 않고 있는 거죠?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피해 아동이 부모와 분리된 사례는 2772건. 23.7%에 불과했고요. 대다수 아동이 학대를 당한 본래 가정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재학대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가정에 또 보내는 건, 아이를 다시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동이잖아요. 언제든 부모가 재학대를 하게 될 테니까요. 관련 통계가 나와 있나요?
심유철 기자 ▷ 네. 지난해 보고된 재학대 사례는 총 1240건으로, 전체 사례의 10.6%에 달했습니다.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학대를 당하는 아동은 10명 중 1명꼴인 건데요. 재학대 아동의 가해자도 부모, 친인척, 대리 양육자 등 보호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재학대 아동 중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는 2013년에 79.7%, 2014년 87.2%, 2015년 93%로 증가추세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아동 학대가 부모나 친인척에 의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심유철 기자, 도대체 그 이유가 뭔가요?
심유철 기자 ▷ 이유는 아동 학대 발생 이후, 아동에 대한 보호 조치나 후속 조치가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여러 이유 중, 먼저 아동 학대 보호 시설 부족을 이유로 들 수 있는데요. 아동 학대는 해마다 증가하는데, 아동 학대 보호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학대당한 아동을 보호해 줄 시설 자체가 부족하군요?
심유철 기자 ▷ 네. 아동 학대가 느는데도, 아동 보호 전문 기관과 학대 피해 쉼터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복지부는 아동 복지법에 따라 학대받은 아동을 신속하게 발견해 보호, 치료하고 예방하고자 아동 보호 전문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기관은 2013년 51곳에서 2015년 56곳으로 늘었을 뿐입니다. 또 국가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아 피해 아동을 격리 보호하는 학대 피해 아동 쉼터도 같은 기간 36곳에서 57곳으로 증가하는데 그쳤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한 해에 만 명이 넘는 아동이 학대 피해를 당하는데, 전국적으로 기관과 쉼터는 백 여 곳 밖에 되지 않는다니, 아이들이 갈 곳이 없네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사실 학대 피해 아동이 학대 후유증에서 회복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안정적인 격리 보호 조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대 피해 아동은 현재 평균 2~3개월 정도만 학대 피해 아동 쉼터에 머물 수 있고요. 그마저도 자리가 없어 일반 아동 복지 시설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일반 아동 복지 시설과 학대 아동 전문 시설은 당연히 구분되어야 하는 곳인데요. 학대 아동이 갈 곳이 없어 일반 아동 복지 시설로 가게 된다니. 참 안타깝네요. 그렇게 전문 시설이 부족한 만큼, 갈 곳 없는 아이들은 다시 학대받은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겠어요.
심유철 기자 ▷ 네. 2015년 피해 아동 최종 조치 결과를 보면요. 아동 학대 판명 1만 1709건 중에서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간 것이 7761건. 66.3%이었습니다. 장기 보호는 7.6%, 일시 보호도 5.65%에 불과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 앞서 아동 학대의 대부분이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한다고 했는데요.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아동 학대 피해 아동의 대부분이 학대 재발의 위험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처럼 열악한 학대 아동 쉼터 사정. 그리고 또 어떤 점이 아동 재학대를 부추기는 원인이 될까요?
심유철 기자 ▷ 재학대가 지속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피해 아동이 학대 사실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지난 2014년, 경북 칠곡에서 부모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던 8살 아동이 숨지는 일이 있었죠. 아이는 숨지기 전 아동 보호 전문 기관과 교사와의 상담을 진행했었는데요. 몸에 난 화상 등 학대 징후에 대해서, 놀다가 다친 것 또는 언니랑 싸운 것이라 주장했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학대 아동이 집에서 학대당한 상처를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다른 이유를 댔었군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아동 학대 특례법의 제정 계기가 된 울산 서현이 학대 사망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피해 아동은 과거 기관과의 상담에서 엄마, 아빠 모두 좋다. 또 아빠가 잘 놀아준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아마 무서웠을 겁니다. 사실이 밝혀져 자신이 집을 떠나는 것이. 또 부모를 배신하는 대답을 하는 것이요.
김민희 아나운서 ▶ 학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린 아이의 말일 뿐, 명백한 학대의 흔적이 발견되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 부모의 보호를 받게 한다는 자체가 이상해요.
심유철 기자 ▷ 이상하지만, 거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현행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 보호 전문 기관의 행동 강령을 살펴보면요. 일단 아동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만약 피해 아동을 응급조치에 따라 보호 시설로 인도하려 할 때, 아동이 집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학대를 행한 부모와 분리하기 어려운 것이죠. 또 한국은 외국처럼 가정 위탁이 활발한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학대 아동이라도 부모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정서가 여전히 남아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학대 정황에 대해 아이의 진술이 절대적인 상황인 만큼, 아이가 학대 사실을 밝히지 않고 집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기관에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군요. 그럼 아이가 학대 피해를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게, 상담 인원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원래는 당연히 그래야 하죠. 하지만 거기에는 또 인력난이 문제입니다. 아동이 학대 사실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동 보호 전문 기관 상담원의 종합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인데요. 현재 운용되는 인력으로 아동에 대한 촘촘한 관찰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게나 인력이 부족한가요?
심유철 기자 ▷ 네. 2016년 말까지 개소 예정 포함인 전국 60여개의 아동 보호 전문 기관에서 767명의 상담원이 활동하고 있고요. 이들은 아동 학대 사건의 접수, 현장 조사, 학대 판단, 사후 관리 등을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5년 국내 아동 보호 전문 기관 상담원들이 수행한 업무 총량을 산출한 결과를 보면, 상담원 1인당 연간 2520시간을 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 시간이 2163시간, OECD 평균이 1770시간인 것을 고려하면, 상담사들은 모두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 아동 재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도 부족하고, 아이를 제대로 상담할 인원도 부족하고. 뭐 하나 제대로 되고 있는 게 없네요.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꼴이고요. 관련 예산 편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정부의 아동 학대 관련 예산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지난 8월 30일 발표된 2017년 예산안에 따르면, 아동 학대 예방 사업 예산에는 256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전년 대비 71억 원이 증가했죠. 그러나 2015년 예산은 252억 원으로, 결국 2년 전 수준을 회복한 것에 불과합니다. 지난 2013년 미국 보건부 산하 아동국에서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해 집행한 예산은 약 8조 2000억 원입니다. 일본도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연간 약 1조 3588억 원을 지출하고 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예산은 전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러니 아동 재학대를 예방하기는커녕, 재학대를 방치하는 꼴인데요. 심유철 기자, 이런 문제들 외에 또 어떤 문제가 있나요?
심유철 기자 ▷ 네. 문제는 또 있습니다. 학대 행위자가 자신에게 내려진 교육과 상담 처분을 거부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국내 여건상 무조건적인 친권 박탈보다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치료 등이 우선되고 있지만요. 거기서 문제는,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교육이나 상담은 정말 기본적인 필수 항목 아닌가요? 거기에 대해 법적으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요?
심유철 기자 ▷ 네. 아동 학대 특례법에는, 보호 처분을 불이행한 학대 행위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임시 조치 5호인 아동 보호 전문 기관 등에의 상담 및 교육 위탁은 해당 사항에 속하지 않는데요. 거기서 임시 조치란, 아동 학대 범죄의 재발이 우려될 때 실시되는 법원의 처분을 말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학대 사실이 인정되어서 재판에서 상담과 교육 등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혹은 선고 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는요? 그런 경우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심유철 기자 ▷ 그런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담이나 교육과 같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받는 일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아동 보호 전문 기관에 따르면, 2개월의 상담 처분을 받은 아동 학대 행위자가 단 하루도 교육에 참석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데요. 법원은 그에게 무혐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처벌은커녕 혐의 인정도 하지 않은 꼴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여러모로 문제가 정말 많네요. 심기자,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아동 재학대. 그 피해를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할까요?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심유철 기자 ▷ 우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겠죠. 아이들을 격리 보호하려고 해도, 당장 입소시킬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니까요. 학대 피해 아동 보호 시설을 시급히 늘려야 합니다. 또 어쩔 수 없는 사정상, 다시 집으로 돌아간 아동의 경우도 도움이 필요한데요. 부모의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거나, 보육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사회적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요.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점검할 수 있는 감시와 관리 시스템 역시 구축해야 합니다. 또 아동 학대 범죄에 대해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아동 학대의 증가도 문제이지만, 부모에 의한 아동 재학대는 더욱 심각한 문제인데요. 아동 학대 예방 예산 확충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국가 차원의 아동 학대 예방 사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심기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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