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기루로 흩어진 한식의 세계화… 라면이 되살린다

[기자수첩] 신기루로 흩어진 한식의 세계화… 라면이 되살린다

기사승인 2017-05-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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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여우 뒤웅박 쓰고 삼밭에 든다’는 속담이 있다. 잘 보지 못해 방향을 잡지도 못하고 일이 막혀 갈팡질팡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옛 말이다.

한식의 세계화역시 마찬가지다. 한식의 세계화는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으면서 시작된 정부 역점사업이다.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1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신기루에 불과했다.

국내 농식품 해외 수출이 한식의 세계화 사업 직후인 200933억 달러에서 201561억 달러로 84.8% 증가했고, 해외 외식 매장 역시 5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었지만 한식의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5년 기준 해외 외식매장 4656개 중 한식 매장의 숫자는 10.3%480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제과, 디저트 등 매장이 차지했다.

김치는 오히려 안방을 내줬다. 2005573억원이던 김치 수입 규모는 20151255억원으로 120% 가까이 뛰었다. 국내 전체 김치 소비량의 38%에 달하는 양으로 99%가 중국산이다. 그에 비해 지난해 김치 수출 규모는 890억원에 그쳤다. ‘김치 적자인 셈이다.

비빔밥, 김치, 불고기 등을 내세운 한식이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는 사이 인스턴트라고 부르며 하대(下待)했던 라면은 새로운 한류 물꼬를 트고 있다.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29041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32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2.7% 신장했다. 라면의 강세는 주력 농식품인 돼지고기와 인삼 수출액이 각각 16%13.9% 줄어든 것에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사드 배치 이후 노골화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에도 대 중국 수출은 94.4% 증가했으며 베트남, 타이 수출도 각각 90.4%155.8% 늘어났다.

고추장과 간장, 된장 등 전통 장류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지만 총 601억원 수준으로 라면 수출액의 18.1%에 불과하다.

바야흐로 우리 라면의 세계화다. 농심, 오뚜기, 삼양, 팔도 등 국내 라면 제조업체들은 순풍에 돛을 달았다.

농심은 신라면을 현재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해외 100여개 나라에서 판매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해외시장에서만 라면과 제과 등 제품을 포함해 63500만 달러, 7400억원을 판매했다. 전체 판매액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해외 불닭볶음면 계열 붐을 등에 업고 950억원 수출에 성공했다. 매운 맛을 앞세운 불닭볶음면 제품군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했다. 오뚜기와 팔도 역시 각각 350억원과 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신장했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만이 한식인 것은 아니다. 한식의 세계화, 세계의 한식화를 위해서는 무엇에 중점을 둬야할지 다시 한 번 자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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