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지난해 4월 한 고교 교실에서 여교사가 뺨을 맞았다. 수업 태도를 지적받은 학생이 화를 내며 교사를 폭행한 것이다. 학생이 집어던진 책을 맞기도 한 해당 교사는 인중이 찢어지는 상처까지 입었고 한동안 교단에 서지 못하다가 결국 전근을 택했다. 지난해 7월 한 초등생 학부모는 학교에서 소변검사 결과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항의하던 도중 보건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폭력을 행사했다. 학교 기물도 부쉈다. 학생들 앞에서 교사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펴낸 ‘2016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건수는 572건이다. 10년 전 179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비공식적 집계까지 포함한다면 관련 사례는 2~3배 이상 불어날 것이란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상담 사례를 보면 학부모에 의한 침해가 46.7%(267건)로 가장 많았다. 학생에 의한 침해도 10.1%(58건)에 달했다. 함께 생활하는 학생과 학생의 가족에 의한 갖은 폭언과 욕설, 명예훼손, 폭행 등에 교사는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교권침해 상담건수는 2009년 이후 7년 연속 증가세다.
상당수 피해 교사들은 육체적, 정신적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해 한동안 교단에 설 수가 없었다. 스승으로서의 권위와 자존감을 잃고 교직에 대한 환멸까지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소극적 학생 지도로 이어진다. 교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바탕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권이 설 때 정상적 교육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 침해를 받은 교사에게 일정 시간을 준 뒤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학생과 부모들에게 다가가 애정을 보이라는 건 가혹한 얘기가 될 수 있다.
최근 교육부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폭행이나 명예훼손, 협박, 모욕 등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교육감의 고발 조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교권침해 학생은 강제 전학 조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교권 회복 방안은 ‘사후 대처’에 편중돼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궁극적으로 침해를 줄여나갈 수 있는 사전 예방책, 즉 학생 및 학부모·교사 간 침해를 이해하는 인권교육의 내실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르쳐 길을 인도하는 사람, ‘스승’이라는 호칭부터가 어색해진 스승의 날이다.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다는 탄식이 나온다. 교권 추락의 현실은 지식을 전달하는 교원과 이를 받아 적는 학습 소비자의 관계를 이어지게 만든 우리의 교육 시스템,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믿고 신뢰하는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교사 홀로 만들 수 없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 그 구성원이 몸담고 있는 사회가 함께 손잡아야 살려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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