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끝없이 치솟던 치킨 가격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장 먼저 가격인상을 단행한 BBQ의 가맹사업거래 공정화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뜬구름처럼 떠돌던 공정위 수사 소식이 사실로 전해지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정지등이 켜졌다. 교촌치킨은 이달 말로 예정돼있던 가격인상을 철회했고 bhc 역시 가격을 동결했다. 수사 소식이 알려지기 전이지만 호식이두마리치킨과 또봉이치킨도 기간 한정으로 가격을 내렸다.
가격인상은 모든 식품·프랜차이즈 업체의 딜레마다. 원자재와 홍보·마케팅비, 인건비 등이 오르면 자연스레 제품 값에 반영돼야하지만 반발에 쉽지 않다. 작은 옵션 하나를 추가하고 수 십 만원씩 인상하는 IT·전자기기 등 다른 분야와는 달리 식품 분야는 단 돈 백원 인상에도 큰 결심이 필요하다.
가격인상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기업의 수익성 향상이다. 상생과 이웃사랑, 사회적 기부는 그 이후다. 소비자들도 이러한 결정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다만 ‘명분’이 중요하다.
비단 BBQ 뿐만 아니라 타 업종·업계에서도 가격인상에 대한 비난을 가맹점주 등을 앞세워 무마하려했다. 일선 가맹점주의 수익성악화로 인한 요구,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 등 판에 박힌 이야기였지만 소비자들은 그런대로 이해해왔다. 인상 요체가 돌아서면 나와 같은 소비자, 국민인 일선 가맹점주와 직장인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분노가 터져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가맹점주들한테까지 광고비 명목으로 마리당 얼마간의 비용을 걷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약자를 방패막이로 사용하면서 뒤에서 본사의 이득만을 취한 추악한 행동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거대 기업체의 민낯을 본 셈이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원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치킨 프랜차이즈를 첫 목표로 삼았다. 앞서 보여줬던 가맹점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대해 명명백백히 파헤치겠다는 결의와 궤를 같이하는 행보다.
실타래같이 얽혀있던 유통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소비자가, 나랏님이 준 칼의 제 용도다.
다만 국민과 소비자를 위한 ‘정의구현’이라는 부제에 취해서는 안 된다. 가맹사업거래에 있어 부적절한 부분이 있거나 가격인상분을 가맹점주에 떠넘기는 ‘갑질’ 사례에 대한 적발은 타당하나, 단순히 기업체의 가격인상 자체만을 문제 삼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소비자와의 상생에 대한 길을 모색하고 제시해주는 것까지는 공정위의 역할에 맞지만 이를 강제하는 것은 월권이기 때문이다.
김상조號는 이제 첫 발을 내딛었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부디 욕심이 과해 헛딛는 일은 없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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