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고민하지만, 정답이 하나 일 수는 없는 문제다. 이에 관해 밴드 미생은 선택과 책임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어른이 되어갈 수록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고, 정확히 한 가지만을 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 쿠키뉴스 대학가요제 대상 곡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은 무수히 많은 갈림길에 앞에서 스스로 길을 선택해 나가는 청춘에 관한 노래이자 위로의 메시지다.
제1회 쿠키뉴스 대학가요제 대상의 영예를 안은 밴드 미생은 김승현(베이스), 김경지(드럼), 김현섭(기타), 김기강(보컬), 송수환(건반)으로 구성됐다. 다섯 명 모두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과에 재학 중인 선후배 관계다. 대상 수상 기념 인터뷰를 위해 쿠키뉴스 사무실에 방문한 미생 멤버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가요제 수상 여부에 관해 입을 모았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을 작곡한 김승현은 “수상을 하면 좋지만, 못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일단 좋은 곡을 썼다는 것에 만족했다”고 운을 뗐다.
대학가요제 참가라는 미생의 선택과 도전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으로 부터 시작됐다. 이 노래는 멤버 김승현이 20대가 돼 느낀 감정을 녹여 쓴 곡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자취를 시작하며 어른이 된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혼란스러운 마음과 고민을 담았다.
교내에서 절친한 관계였던 미생 멤버들은 이 노래를 듣고 대학가요제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보컬 김기강은 “원래 계속 활동하던 팀은 아니었지만, 대학가요제를 나가기 위해 뭉쳤다”며 “노래가 정말 좋아서 바로 합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래가 막 완성된 상태에서 교내에 붙은 쿠키뉴스 대학가요제 포스터를 봤어요. 마침 좋은 노래가 있으니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밴드를 꾸렸어요. 평소에 친하고 저와 마음이 잘 맞는 멤버로요. 물론 이 노래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가장 중요했죠.”(김승현)
“처음에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의 악보를 받고 건반을 치며 불러 봤어요. 작곡 전공의 직업병 같은 거죠. 그렇게 들었을 때와 보컬 기강이 형이 불렀을 때 노래의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이 노래가 빛났던 건 보컬의 힘이 컸다고 생각해요.”(송수환)
“가사가 정말 좋고 제가 가진 감성과 닮아서 잘 소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대학가요제 출전을 떠나 곡을 쓴 김승현의 ‘인생곡’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래가 마음에 들었어요.”(김기강)
저마다 노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일까.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연습과 합주는 순탄하게 진행됐다. 드럼을 맡은 김경지는 “드럼이 듣는 이의 감정을 울컥하게 하는 성격이 있는 만큼 드라마틱한 연주를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가사만 잘 전달하자는 마음이 컸다는 김기강은 가사와 닮은 자신의 선택을 털어 놓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요리를 했고 대학도 조리과로 진학했어요. 그런데 군 입대 후 하고 싶었던 음악에 도전하지도 않고 포기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죠. 음악을 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해 다시 대학에 진학했어요. 대상을 받은 후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셔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 기분이에요.”(김기강)
상금 1000만원을 어떻게 사용할지 묻는 질문에 “일단 받아 봐야 알 것 같다”고 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미생은 앞으로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가를 묻는 질문에 진지한 표정으로 저마다의 포부를 드러냈다.
“예전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대학가요제 무대가 뜻 깊었어요. 어제 가요제가 끝나고 정리를 하고 있는데,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던 시민이 저희 노래를 감명 깊게 들었다고 축하해주고 가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장르상관 없이 누군가를 치유해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김기강)
“항상 젊은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조용필 씨처럼 항상 젊고 멋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뮤지션이요. 열정과 순수함을 잊지 않는 음악인이 되고 싶습니다.”(김승현)
“누군가에게 소리로 도움이 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기독교인인 만큼, 주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도 개인적인 바람이죠.”(김현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송수환)
“드럼은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김경지)
앞으로 꾸준히 음악의 길을 걸을 미생에게 쿠키뉴스 대학가요제란 어떤 선택이었을까. 멤버들은 “예상 보다 큰 무대와 좋은 환경에 놀랐다”며 “무엇보다 우리의 음악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꾸준히 개최돼 음악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inout@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