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무서운 착각이 부른 무차별적 조기교육

[교육칼럼] 무서운 착각이 부른 무차별적 조기교육

기사승인 2017-09-08 16:04:09

두뇌와 교육은 깊은 관계가 있다. 교육이 학습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러한 일을 담당하는 곳은 사람의 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에서는 지금껏 뇌를 기반으로 한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진 지금도 어떻게 하면 ‘많이’ 학습시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인가에 치중할 뿐 효과적 학습을 통해 어떻게 창조력을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넣기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기교육 열풍이 끝없이 불어 닥치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도 깊다.

강제교육에 의해 지(知)의 뇌는 과도히 혹사당하고 있지만 감정과 본능의 뇌는 억눌려 메말라 있다. 아이들은 비정상적 통로를 찾아 충족감을 얻으려 하고 이는 다시 많은 청소년 비행(非行)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가정·학교 교육은 이 같은 청소년 비행을 목격하고도 처벌 외에는 그 어떤 근본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우리 교육의 한계를 견디지 못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모든 뇌 부위가 성숙해 회로가 치밀하게 완성된 어른의 뇌인양 가르쳐 주기만 하면 어떤 내용이라도 잘 받아들일 것으로 알고 무차별적으로 계속된 조기교육. 심각한 착각이다. 아이의 두뇌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남보다 빨리, 많이 가르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전선이 엉성하거나 가늘게 연결돼 있는 경우 과도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과부하 때문에 불이 일어나게 되는 것처럼 신경세포 사이의 회로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고 성급한 한 교육을 시키게 되면 과잉학습장애 증후군이나 각종 스트레스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아이의 뇌 발달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개탄스럽지만 대학 입시 교육이 여전히 전 교육과정을 좌우한다. 이렇다보니 주입식 교육이 성행하고, 감정과 정서를 감안하지 않는 편증교육이 유지된다. 이 뿐인가. 단시간에 효과를 내는 암기교육과 특성이나 적성을 배제한 채 일률적 인간을 만드는 평준화교육이 온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그 안에서 무서운 생각은 더 커진다. 아이들은 감정과 본능의 충족이 없어도 공부만으로 잘 살 수 있다는 합리화가 팽배하다. 아이는 감정과 본능이 ‘없는’ 인간이 아니다. 감정과 본능이 ‘가장 예민한’ 인간이다.


◇ 서유헌 원장 약력

가천대학교 석좌교수
한국 뇌과학 올림피아드 위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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