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95세 생일을 맞는다. 어느 때보다 쓸쓸한 생일이다. 재계 4위로 올라선 롯데를 일궈낸 성공한 사업가지만 최근 검찰의 압박 속에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두 아들이 벼랑 끝 신경전을 벌인 끝에 사이가 악화됐고, 큰딸은 감옥에 있으며 본인마저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이달 초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신 총괄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을 구형했다.
신격호 회장은 총수 일가가 회사에 직접 근무하지 않았는데도 508억원의 급여를 주고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등의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회사에 피해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라 법정후견인을 둔 상태다. 게다가 신 총괄회장은 2013년 집무실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재판정에 섰다.
지난 1일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내 회사인데 횡령이 되는 것이냐"라며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의 염원인 롯데월드타워까지 완공했지만 여러 가지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아버지와 같이 징역 10년의 중형과 벌금 1000억원을 구형받았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징역 5년(벌금 125억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징역 7년(벌금 2200억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에게는 징역 7년(벌금1200억원)이 구형됐다.
그동안 롯데를 이끌어 온 창업주는 법의 심판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1심에서 징역형이 확정된다면 90대에 징역을 사는 첫 재벌 오너가 된다. 쓸쓸한 생일을 맞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생일잔치에 과연 가족들이 다 모이게 될지 모를 일이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