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흐름이 빠른 시대다. 유행에 민감한 대중가요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공백기가 1년을 넘어서면 꽤 오랜 시간 새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평을 듣고는 한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일까. 가수 윤하가 5년 5개월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했다는 소식에 많은 호기심이 일었다. 5년이면 강산이 반쯤 바뀌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윤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홍대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윤하는 오랜 공백기에 관해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라고 차분히 말문을 열었다. 싱글이나 미니앨범보다 정규앨범에 중점을 두느라 새 작품이 늦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돌이켜 보면 그때 표현하고자 했던 걸 그때 바로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만들어 내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아요. 하지만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정규앨범에 가치를 둘 수밖에 없어요. 일각에서는 시류와 맞지 않는다는 평도 있지만, 아직 무엇이 옳은 것인지 답을 찾지는 못했어요. 앞으로도 정규앨범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쉬지 않고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오랜 공백기가 있었지만, 잊혀짐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팬들 덕분이다. 윤하는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아직 내가 보여줄 것이 많다는 욕심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11년 차 가수의 욕심이자 포부다.
“감사하게도 팬들이 저를 여전히 지지해주고 있기 때문에, 잊혀지는 것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런 것보다는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는 욕심이 크죠. 오랜 시간 가수 활동을 하면서 점차 스스로 커가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어요. 이제야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저에게 거는 기대가 커요.”
윤하는 이번 앨범 ‘레스큐’(RescuE)를 작업하며 이와 같은 용기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함께 작업한 뮤지션들과의 대화가 윤하에게 새로운 힘을 줬다는 것. 새로운 프로듀서와 호흡을 맞추며 선배 뮤지션으로서의 책임감도 다지게 됐다.
“사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 작업자들과 대화하면서 희망을 찾았죠. 함께 작업했던 친구들이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도 윤하는 윤하다’라는 말을 해줬는데 이런 말들이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더라고요. 가요계 선배로서 잘 하면 좋겠다는 책임감이 생겼고 제가 가요계에서 해야 할 몫이 아직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윤하는 프로듀싱 팀 그루비룸과 손을 잡고 새로운 몫을 찾아 나섰다. 과거 윤하의 음악을 듣고 자란, 윤하의 팬이었던 그루비룸이 윤하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아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윤하는 “그루비룸이 희석한 덕분에 어둡지만은 않은 앨범이 나온 것 같다”며 “요즘 추세와 제가 하고자 했던 음악이 잘 섞여 나왔다”라고 이번 앨범을 평했다. 더불어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앨범이 나와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5년 동안 한 앨범만 생각하는 건 매우 무거운 작업 같아요. 개인의 삶으로 봤을 때도 별로 좋지 않고요. 진정성을 구축하거나 노력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제가 가진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일도 다시 해보려고 해요. 저도 좀 살아야 해서요.(웃음) 금전적인 문제라기보다 환기가 필요해요. 지금까지는 너무 한 가지만 생각한 것 같아요. 다음 음악에도 가벼운 기분이 반영됐으면 좋겠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