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뇌전증 발작 경과 분석…환자별 5가지 장기 유형 확인

AI로 뇌전증 발작 경과 분석…환자별 5가지 장기 유형 확인

기사승인 2026-02-04 10:25:51
(사진 왼쪽부터)박경일·이상건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영곤 융합의학과 교수, 황성은 이대목동병원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뇌전증 환자의 발작 경과를 장기간 분석한 결과, 발작이 빠르게 소실되는 경우부터 치료 이후에도 지속되는 경우까지 서로 다른 다섯 가지 장기 경과 유형을 확인했다. 

박경일·이상건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김영곤 융합의학과 교수, 황성은 이대목동병원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뇌전증 클리닉에 처음 내원한 환자 2586명의 임상 정보와 발작 경과를 평균 7.6년간 추적한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4일 밝혔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전기 신호 이상으로 반복적인 발작이 나타나는 만성 신경질환으로, 환자마다 치료 반응과 장기 경과가 크게 다르다. 약물 치료로 발작이 조절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 이후에도 발작이 지속되는 환자도 적지 않다. 그동안 발작 유형이나 원인을 중심으로 환자를 분류해 왔지만, 이러한 기준만으로는 환자별 장기 발작 경과의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발병 나이와 질환 지속 기간, 발작 횟수, 치료 이력 등 임상 정보와 혈액 검사, 뇌파 검사(EEG), 뇌 MRI 결과 등 총 84개 변수를 인공지능 분석에 활용했다. 이 인공지능은 발작 유무를 단순히 구분하는 대신, 발작 빈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기준으로 환자들의 장기 경과를 비교했다. 발작 감소 시점과 속도, 지속 여부가 유사한 환자들을 자동으로 묶어 장기 발작 경과 유형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장기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의 66.1%는 추적 관찰 마지막 1년 동안 발작이 없는 상태로 확인됐다. 발병 나이가 높고 질환 지속 기간이 짧을수록 발작이 조절될 가능성이 높았으며, 혈액 응고 과정과 관련된 단백질인 피브리노겐 수치도 장기 발작 경과와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였다.

인공지능 기반 군집 분석 결과, 발작이 소실되는 경과를 보인 세 개 환자군과 치료 이후에도 발작이 지속된 두 개 환자군이 확인됐다. 발작 관해군 가운데 ‘신속 관해군’에서는 면역·감염과 연관된 뇌전증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저발작빈도-지연관해군’에서는 뇌파 검사에서 전반적인 서파가 관찰되고 뇌 MRI에서 뇌연화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았다. ‘중발작빈도-지연관해군’은 전반뇌전증의 임상적 특성이 두드러졌다.

반면 발작 지속군에서는 서로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부분 반응군’에서는 국소 극서파나 불규칙 서파 등 국소적 뇌파 이상과 뇌종양이 연관된 경우가 많았으며, ‘지속 난치성군’에서는 해마경화증이 동반된 환자가 많았다. 이 그룹에서는 남성 환자 비중이 높고 이환 기간이 길다는 특징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뇌영상이나 뇌파 소견 중심의 기존 분류에서 나아가, 다양한 임상 정보를 인공지능이 통합 분석해 발작의 장기 경과를 시간적 변화 패턴으로 구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뇌전증 환자의 발작 경과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분석하고, 동일한 진단명 아래에서도 서로 다른 장기 경과가 존재함을 보여줬다”며 “뇌전증 환자의 임상 경과를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는 분석 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