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시공사를 선정하는 강남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꽁꽁 얼어 붙었다. 작년 이사비 논란으로 열기를 넘어 과열 양상으르 보이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강남 재건축 시장을 향해 규제의 칼날을 빼들면서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 수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건설사들은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방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24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대형건설사를 겨냥해 재건축사업 비리 의혹 수사를 본격화되면서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이에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내려고 해도 참여하려는 시공사를 찾기 어려워 입찰 자체가 무산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는 현재 분위기에서 시공사를 찾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 서울시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12월 말에 입찰을 추진했지만 대우건설 한 곳만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탓에 유찰됐다.
올해 첫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3주구(주거구역 단위) 재건축조합도 시공사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 11월 입찰이 한 번 무산된 뒤 입찰조건까지 낮추며 29일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재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적극적 의사를 나타내는 건설사는 현대산업개발 단 한 곳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건설사들은 수도권을 벗어나 부동산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비강남과 지방으로 향하고 있다. 올해 대형건설사들은 비강남권, 재개발 사업장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 재건축 비리 조사를 포함해 최근 초과이익환수제 예상 부담금까지 발표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식었다"며 "지금은 조합과 건설사 모두 정부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상태여서 강남 재건축 보다는 비강남권·지방으로 사업 목표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