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 외상으로 발생하는 외상성 뇌손상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비침습적 줄기세포 전달 기술이 개발됐다.
박찬흠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코 점막을 통해 줄기세포를 뇌로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해 외상성 뇌손상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의 고위험 뇌 수술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안전하게 반복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외상성 뇌손상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신경세포가 손상되거나 사멸해 인지 기능과 운동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중증 질환이다. 현재까지 손상된 뇌 기능을 근본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치료법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줄기세포를 뇌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 치료 방식은 침습적인 수술이 필요하고 세포 생존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 안쪽 점막을 통해 약물이나 세포를 뇌로 전달하는 ‘비강 전달 경로’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 시스템을 활용해 줄기세포를 대량 배양한 뒤 이를 고기능성 집합체인 신경구 형태로 제작했다.
신경구는 실크 단백질(피브로인) 등이 포함된 특수 하이드로젤에 담겨 비강으로 전달된다. 줄기세포를 보호하는 ‘하이드로젤 캡슐화’ 기술을 적용해 체내 생존율을 높이고, 신경구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치료 유효 인자가 뇌 손상 부위에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외상성 뇌손상을 유발한 동물 모델 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줄기세포 신경구를 투여한 그룹은 치료 시작 3일 만에 뇌 기능 회복이 나타났으며, 1주 뒤에는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보다 회복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서는 손상으로 감소했던 회복 관련 물질이 정상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죽어가던 뇌세포가 다시 활성화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유지되면서 뇌 조직 회복도 확인됐다.
또한 뇌 손상 이후 축적되던 독성 물질과 스트레스 요인이 치료군에서 크게 감소해 손상된 뇌 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뇌세포 간 연결 구조도 안정적으로 유지돼 사고로 손상될 수 있었던 신경망 보호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자동으로 대량 배양할 수 있는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을 활용해 ‘마스터 세포 은행(Master Cell Bank)’ 구축에도 성공했다. 마스터 세포 은행은 신경구의 원형이 되는 중간엽줄기세포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동일한 성능의 세포를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체계다.
이를 통해 짧은 기간 안에 치료에 필요한 줄기세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저장된 줄기세포는 세포 고유의 성질과 분화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줄기세포 치료 기술의 제품 표준화와 대량 생산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흠 교수는 “위험한 뇌 수술 없이 비강을 통해 줄기세포를 전달하는 이번 기술은 환자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외상성 뇌손상뿐 아니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난치성 뇌 질환 치료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가 파일럿 연구로 진행된 만큼 추가 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더욱 검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