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조기에 발견된 ‘무증상 결핵’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뒤 진단된 환자보다 치료 예후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민진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김형우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등이 참여한 다기관 연구팀은 국내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통해 무증상 결핵 환자의 치료 성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내 18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전향적 코호트에 등록된 성인 폐결핵 환자 1,071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진단 전 4주 동안 기침, 객담, 객혈, 호흡곤란, 흉통, 발열, 전신 쇠약감, 체중 감소, 야간 발한, 식욕 부진 등 10가지 결핵 관련 증상이 전혀 없는 환자를 ‘무증상 결핵’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32.7%(350명)가 무증상 결핵 환자로 나타났다. 이들은 증상이 있는 환자에 비해 체내 염증 수치가 낮았고, 흉부 엑스레이에서 폐에 공동이 형성되는 병변이나 객담 검사에서 결핵균이 검출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팀은 이를 질병이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발견된 결과로 해석했다.
치료 성과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치료 후 재발 없이 완치된 비율은 증상이 있는 결핵 환자가 76.4%였던 반면 무증상 결핵 환자는 86.3%로 더 높았다. 특히 건강검진 등을 통해 조기에 발견된 무증상 환자는 증상 발생 이후 진단된 환자에 비해 치료 성공 가능성이 약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무증상 결핵 환자는 1년 이내 치료를 완료하지 못할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아 전반적으로 치료 예후가 더 좋은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결핵 선별검사 기준에 대한 정책적 논의와도 관련된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침·발열·야간 발한·체중 감소 등 네 가지 증상 유무를 확인하는 ‘W4SS(WHO four-symptom screen)’를 결핵 선별검사의 핵심 기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 유병률 조사에서는 결핵 환자의 약 절반이 뚜렷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무증상 결핵이 결핵 전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WHO도 2025년 무증상 결핵 대응을 주제로 별도 협의를 진행하는 등 정책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무증상 결핵 조기 발견 전략과 선별검사 정책을 재검토하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진수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증상이 없을 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정기 건강검진 등을 통한 조기 발견이 개인 치료뿐 아니라 국가 결핵 관리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