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으로 의심되는 부동산이 경북 경주에서도 확인됐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이 파악한 부동산은 경주 한 지역에 위치한 별장이다. 해당 별장 부지는 3790㎡(약 1146평), 총 3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통나무로 지어진 2층 건물과 기와지붕의 단층 건물, 작은 별채다. 정원은 문인석 여러 기, 조경용 바위와 조각상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별장 부지는 소나무와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보기 힘든 구조다. 시설물 관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건물의 테라스는 파손된 채 방치된 상태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이명박 별장'으로 부른다. 부동산 전문가는 "그곳은 지역에서 '이명박 별장'으로 유명하다"면서 "별장을 사용한 지는 오래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민은 "건물이 지어질 당시 '대부기공(다스의 전신) 회장의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경주 사람들 모두 '다스는 이 전 대통령 것'이라고 알고 있다. 당연히 이 전 대통령의 별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별장 소유주에 대한 소문은 더 있다. 이상은 다스 회장,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이곳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이들 모두 이 전 대통령 재산 관리인 의혹을 받는 공통점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펜션 관리자는 별장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정확한 실소유주는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전 대통령이 형을 위해 지어준 별장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별장 건물과 토지 소유자가 다른 점도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의혹을 더한다. 등기부등본상 토지 소유주는 김 전 사장이다. 그는 지난 1992년 별장 부지인 3필지의 땅을 구입했다. 통나무집과 기와집의 소유주는 각각 달랐다. 통나무집은 지난 9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김모씨의 소유였다. 이후 김 전 사장이 지난해 9월 1억2800만원에 김씨로부터 해당 건물을 구입했다. 기와집은 지난 93년 또 다른 김모씨가 구입해 현재까지 소유 중이다.
일반적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주가 다를 경우, 해당 부동산 매매가 까다로워진다. '지상권'이라는 법적 효과 때문이다. 즉, 건물과 토지 소유자 모두의 허락을 구해야 매매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부동산 소유 방식은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의혹이 있는 전국 곳곳의 부지에서도 나타난다. 이 전 대통령은 주로 여러 명의 이름을 땅의 공동소유자로 설정, 한 명이 쉽게 땅을 처분할 수 없도록 '묶어놓는' 방식을 사용했다. 다만, 김 전 사장이 지난해 통나무로 지어진 2층 건물을 사들인 것은 의문이 남는다.
땅값이 오른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시지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만1400원이던 한 필지는 현재 15만5000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3~5년 전에 비하면 경주 땅값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면서 "울산이나 부산에서 경주로 투자를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또 "지난 2009년 공사에 착수해 지난 2016년 완전히 개통된 울산~포항간 고속도로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사업은 김대중 정권 당시 추진됐지만, 10여년간 사업 타당성 부족으로 착공이 미뤄졌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주요 공약사업으로 진행되며 '형님예산'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당 별장과 이 전 대통령의 연결 고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전력공사는 현재 별장 전기 실 사용자를 '최○○'으로 보고있다. 최○○은 앞서 다스 비서로 근무했던 최모(41·여)씨의 이름과 같다. 김 전 사장과 밀접한 관계로도 알려져 있다. 최씨는 현재 경주 신평동에 위치한 '주식회사 미래'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미래는 이 전 대통령 처남 고(故) 김재정씨와의 연관성으로 이 전 대통령이 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회사 중 하나다. 현재 김 전 사장과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권승호 전 다스 전무가 미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된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을 비롯, 수차례 경기 가평에 위치한 별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별장의 등기부등본상 소유자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 김씨였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