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고다이라 나오(일본)는 2010년 벤쿠버올림픽에서 이상화가 금메달을 딸 당시 12위에 그친 500m ‘하수’였다. 2014년 소치에선 5위까지 끌어 올렸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고다이라를 차기 단기 종목 우승 후보로 꼽는 이는 없었다. 괄목상대할 만한 그의 기량 향상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고다이라 나오는 18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6초94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강력한 경쟁 상대인 이상화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번째 올림픽만에 따낸 금메달이다. 2010년과 2014년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뚜렷한 기량 상승을 보이지 못한 고다이라가 무시무시한 괴물이 된 계기는 네덜란드 유학에서의 피나는 노력 때문이다.
1986년생, 우리 나이로 33살인 고다이라는 대기만성의 전형이다. 2010년과 2014년 올림픽 고배를 마신 그는 20대 후반 스피드 스케이팅 최강국인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고다이라는 자신의 장점에 선진 기법을 가미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고다이라는 500m뿐 아니라 1000m에서도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10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고다이라는 이번 시즌 월드컵 1000m에서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 정도로 절대적 존재였다.
그러나 정작 올림픽 무대에서 요린 테르모르스(네덜란드)에게 기록에서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500m에서 고다이라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고다이라는 2016년 말부터 열린 500m 월드컵에서 15연승을 기록하며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가 무서운 기세로 기량을 회복하며 고다이라의 자리를 위협했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을 홈에서 치르는 이상화의 역전 가능성을 점치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고다이라의 승리였다. 초반 100m 기록에서 이상화가 고다이라의 기록을 넘어서며 역전의 기류가 흘렀으나 이후 400m에서 이상화의 스퍼트가 더뎌 결국 고다이라에게 금메달이 돌아갔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