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이 올해 야심차게 신규 분양에 나섰지만, 청약 성적표 결과는 초라했다. 특히 주택경기가 바닥으로 추락한 지방에서는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했다. 이에 중견사들은 주택시장의 삼각성을 인지하고 청약 일정을 무기한 연장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14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호반, 반도, 우미건설 등 지난해 국내 주택사업에서 약진한 중견건사들이 올해 경기 침체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당초 상반기 분양을 진행하려고 예정됐던 사업장조차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한채 시장 상황을 주지하며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견건설 업체 관계자는 "지금 주택시장은 정부의 규제로 서울 제외하고 나머지는 경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신규 분양을 앞두고 시장 분석을 하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일단 내부적으로 일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 역시 "올해 중견사들이 작년처럼 많은 물량을 분양하려고 했지만, 아마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더이상 사업을 미룰 수 없는 사업장 외에는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호반, 반도, 우미건설 등 지난해 주택사업에 적극 진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급상승한 중견 건설사들은 올해는 소극적으로 신규분양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호반건설은 분양 성수기인 올 4월까지 첫 분양에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우미건설은 지난 1월 남양주 별내지구 우미린2차 분양에 나섰지만, 1순위 청약결과 199가구가 미달됐고 2순위 청약접수결과에서도 116가구가 미달됐다. 중흥건설이 선보인 '당진대덕수청 중흥S-클래스 파크힐'과 라인건설의 '원주기업도시 이지더원2차'도 전 주택형이 미달됐다. 그나마 반도건설은 3월 대구에서 마수걸이 분양에 나서 1순위 마감을 통해 선방했다.
이처럼 연초부터 중견건설사들의 지방사업지 분양 성적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1월 분양에 나선 31개의 민간분양 단지 중 14곳이 순위 내 청약이 미달됐다. 총 5084가구 청약결과 접수건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87건에 불과했다. 청약미달을 기록한 곳은 모두 중흥건설, 우미건설, 고려개발 등의 중견사 단지다. 이는 같은 달 분양에 나선 대형건설사들이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성공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보다 상대적으로 브랜도 인지도가 낮은 중견 건설사는 미분양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 건설사들은 미분양이 쌓여 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금융이자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사업손실이 생겨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특성상 자칫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중견사는 유동성이 작기 때문에 자칫 한 사업장이라도 실패하게 되면 주저 앉을 수 있을 만큼 타격이 크다"며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소극적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