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공녀’(감독 전고운)의 주인공 미소(이솜)는 한 모금의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물이다. 새해를 맞아 담배 값과 방세가 오르자 미소는 자신의 즐거움을 접는 대신 집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선다.
미소를 연기한 배우 이솜에게도 미소와 비슷한 작고 확실한 행복이 있을까. 최근 CGV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솜은 “중학교 때부터 해온 취미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솜의 취미는 다름 아닌 영화감상과 영화표 모으기다. 이솜은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극장에서 봤던 영화의 표를 모으고 있다”며 “표가 오래되면 인쇄된 글자가 휘발되기도 해서 집에 기계를 두고 직접 티켓을 코팅한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혼자 영화관 가는 걸 좋아해요. 1년에 몇 백 편씩 봐요. 중학교 때부터 영화 티켓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굉장히 사소하지만 중요한 취미죠. 요즘엔 티켓이 영수증처럼 나와서 속상하기도 해요. 예전엔 작은 코팅지로도 충분했는데, 이제는 티켓 크기가 다양해서 그에 맞는 코팅지를 전부 구비해놨어요.”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소중함과 즐거움을 아는 이솜이 미소를 연기한 것은 필연에 가까워 보인다. 저예산의 소규모 영화라는 것과 한국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라는 것은 이솜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솜은 “‘소공녀’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다섯 번을 봤다”며 “솔직히 볼 때마다 재미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개인적인 만족스러움이 크고 애정이 많았던 현장이라 영화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것. 이솜은 ‘소공녀’ 촬영 현장에 회사 직원이나 매니저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다녔다. 그는 “덕분에 스태프들과 끈끈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소공녀’라는 작품과 미소의 특징을 생각했을 때 촬영장에 혼자 다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사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모든 상황이 잘 맞았죠. 한 번쯤은 스케줄 관리를 직접 해보고 싶다고 하니, 회사도 승낙했어요. 회사 매니저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죠.(웃음) 스태프들과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끈끈해졌고 감독님과 대화도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타인에게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이 미소의 삶을 이루는 주축이 됐듯, 작은 재미였던 영화는 이솜의 일부가 됐다.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이솜은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며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솜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어떤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가” 등 상투적인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내놓기 보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즐기면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 선택 방향은 언제나 다양하게 열어두고 있어요. 드라마도 좋고 영화도 좋아요. 상업영화, 독립영화 등 규모도 개의치 않고요. 다만 확실한 개성이 있는 캐릭터, 주체적인 여성을 연기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저에게 끌리는 요소가 있는 작품은 전부 했어요. 정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끌리는 작품에 출연할 생각이에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이노기획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