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연기자 유라는 최근 두 가지 도전을 마쳤다. KBS2 수목극 ‘라디오 로맨스’를 통해 지상파 드라마 첫 출연과 악역 소화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것. 최근 드라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위해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라는 차분하게 ‘라디오 로맨스’와 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연기자 유라의 자세다.
유라는 그룹 걸스데이로 여러 히트곡을 낸 정상급 아이돌이지만, 연기자로서는 아직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중이다. 웹드라마 ‘도도하라’ ‘아이언 레디’ JTBC ‘힙한 선생’ 등에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 선보인 유라에게 ‘라디오 로맨스’는 지금까지 쌓아올린 내공을 한층 단단히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
“일단 스태프와 배우들이 추운 날씨에 많은 고생을 했는데 무사히 마무리돼 다행이에요. ‘라디오 로맨스’는 제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처음으로 지상파 현장을 제대로 경험해 봤고 저와 성격이 전혀 다른 배역도 처음이었죠. . 좋은 동료들도 만날 수 있었고요.”
유라가 ‘라디오 로맨스’에서 연기한 진태리는 과거 아역 배우 시절 톱스타였지만, 지금은 인기가 떨어진 20년차 배우. 자신의 기분대로 행동하고 목적을 위해서는 위험한 거래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유라는 “진태리는 저와 전혀 다른 성격”이라며 “몇 년간 성질 낼 것을 드라마에서 다 낸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태리는 생각나는 대로 다 말해버리잖아요. 그런데 저는 사람 앞에서 화를 잘 못내요. 타인에게 무언가 한 가지 이야기하려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일 년을 고민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되도록이면 굳이 이야기하지 않고 꾹꾹 참다가 최대한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이야기 하는 편이죠. 연기하면서 평소 잘 내지 않는 화를 내려니까 힘들기도 했지만, 악플러와 싸우는 장면을 찍을 땐 속 시원하기도 했어요.”
유라는 진태리를 미운 짓을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에게 “왜 미운데 짠하지”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는 것. 유라는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을 그리고자 다양한 방면으로 진태리라는 인물을 연구해 풀어냈다.
“처음에는 연기 톤을 더 무섭게 잡았어요. 후배들을 더 막 대하는 캐릭터로 잡아놨는데 감독님께서 그런 걸 원하지는 않으셨어요. 조금 더 생각한 끝에 방향을 틀었죠. 화를 내는데, 무서워 보이지 않는 느낌으로요. 원래는 그런 성격이 아닌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발악하는 면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댓글에 ‘유라는 화를 내도 별로 안 무서워 보인다’라는 의견도 있더라고요.(웃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유라가 생각하는 연기의 매력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유라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렵다”면서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매력”이라고 귀띔했다.
“극 중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 보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극 중 배경과 실제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연기를 하다보면 캐릭터의 경험이 제가 실제로 겪은 일처럼 느껴져요. 지금까지 연기한 다양한 캐릭터가 큰 추억으로 남아 있죠. 이번에는 실제의 저와 크게 다른 인물을 연기했으니 다음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도 맡고 싶어요. 꾸준히 연구하고 연습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고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