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니백’(감독 허준형)의 김무열은 볼품없다. 주연 배우임에도 화려하거나 멋진 한 장면과 거리가 멀다. 영화 속 그는 얻어맞아 부은 눈으로 빌거나 도망치거나 뛰어내린다. 김무열이 ‘머니백’에서 맡은 역할 민재는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번번이 낙방하는 인물. 하루 살기가 고단한 지금 이 시대의 청춘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셈이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은 “고생하는 역할을 자주 하는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김무열의 작업기를 듣다보면 그가 고생을 사서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무열은 이번 영화의 현실감을 살리고자 눈 분장을 감독에게 제안했고 대교에서 한강으로 뛰어내리는 액션을 마다하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고생하는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네요. 앞선 작품들도 그렇고 어려운 장면이 하나씩은 꼭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는 초반에 눈을 얻어맞고 그 분장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감독님이 ‘남자 주인공인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고민하실 때 제가 먼저 ‘리얼리티를 살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죠. 분장 때문에 눈앞이 잘 안 보여서 고생했지만, 영화를 통해 보니 더 불쌍해 보이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홍보 과정에서 화제가 됐던 동작대교 낙하 장면도 마찬가지다. 대역 배우가 아닌 김무열이 직접 소화했다. 이에 관해 묻자 김무열은 “열심히 했는데 화면을 보니 저인지 잘 못 알아보겠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안전장치가 있었고 와이어 잡아주는 스태프도 다 아는 분들이었어요. 그분들을 믿어서 크게 무섭진 않았어요. 놀이기구 타는 마음에 가까웠죠. 그래도 높은 곳에 올라가니 공포스럽긴 했지만요.(웃음) 내내 변두리에서 촬영하다가 그 장면을 찍는 날 처음 서울 중앙에서 촬영하게 됐어요. 그래서 ‘오늘 꼭 뭔가 해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그 장면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니까요.”
김무열은 영화에서 고생에 고생을 거듭하는 민재가 과거 자신과 비슷해 보인다고 털어놨다. 20대 초반 배우의 꿈을 가졌을 무렵의 자신과 겹쳐 보인다는 것. 더불어 대한민국에 사는 청춘이라면 민재에게서 자신과 닮은 한두 가지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명일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번번이 낙방했어요. 집안도 경제적으로 어려웠고요. 민재의 어머니가 병원에 있는 것처럼, 저희 아버지도 생전에 많이 편찮으셨죠. 영화의 그런 부분들이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민재의 문제 중 몇 가지 정도를 비슷하게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꿈을 위해 여러 산을 넘어선 김무열은 결국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드는 배우가 됐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의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을까.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진 지금은 어떤 마음이 들까. 천천히 말을 고르던 김무열은 어느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꺼냈다.
“과거의 저에게 고맙기도 해요. 하지만 아직 뿌듯하다는 생각보다는 앞날을 걱정하는 시간이 많아요. 배우는 선택받는 것에 자유롭지 못한 직업이니까요. 다만 열심히 연기하고 싶어요. 나중에 연기를 못할 사정이 생길 때까지요. 그리고 끝까지 발전하고 싶어요. 산수를 넘긴 피아니스트가 매일 아침 연습하며 ‘피아노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들은 적 있어요. 저도 그렇게 연기하고 싶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