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가와키타 요시노리가 쓴 ‘아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꼭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자식은 부모를 닮아간다는 것이다.…(중략) 따라서 부모에게 품격이 있으면, 아이도 훌륭하게 품격을 갖춘 인간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말은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지만, 부모의 행동은 잠자코 있어도 그대로 흉내 내는 법이다.”
반복되는 한진 총수 일가의 도덕성에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땅콩 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물벼락 갑질’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에 이어 이번에는 이들의 어머니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입니다. 오늘 쿡기자는 이 이사장, 그러니까 코드명 ‘미세스 와이’(Mrs. Y)에게 띄우는 글입니다.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이 이사장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운전기사와 집사에게 욕설을 일삼는 것은 물론, 자택 리모델링 공사 작업자에게도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대한항공 일등석 라운지에서 음식이 식었다는 이유로 접시를 집어 던졌다는 증언이 나왔고요. 한진 계열사인 인천 하얏트 호텔 직원이 자신을 ‘할머니’라 부르자 폭언을 했고, 해당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는 이야기도 추가됐습니다.
이제야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아주 조금 이해 갑니다. 땅콩을 접시에 담아 주지 않았다고 회항을 지시하거나, 회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리는 행위 말입니다. 오랜 시간 부모의 비뚤어진 뒷모습을 보고 자란 이는 자신의 행동을 상식이라 여길 겁니다. 콩 심으면 팥이 아닌 콩이 나고, 대 끝에선 싸리가 아닌 대가 나는 법이죠. 여기에 ‘오너 일가’라는 특권의식까지 더해졌으니, 가히 최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자식 교육이야 한 집안의 사사로운 일로 치더라도 애꿎은 피해자들은 무슨 죄일까요. 자신을 대한항공 직원이라고 밝힌 한 인물은 한진 총수 일가 비위를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운전기사들이 당한 수모는 눈물겹다. 욕설은 당연하고 얼굴에 침을 뱉는다거나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아무리 발에 채는 것이 수모고 모욕인 게 사회생활이라지만 너무 합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직장인들의 설움은 굳이 뺨을 치거나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데 말이죠. 여기에 모자라 침을 뱉는다니요. 부아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슬프기까지 합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70대 노인 폭행 사건, 땅콩 회항, 물벼락 갑질까지, 한진 총수 일가는 구설수에 휩싸일 때마다 여론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학습에도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바랍니다. 부디 최선 다해 일 하며 하루를 사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않기를, 그들끼리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말입니다. 할머니를 할머니라고 부르면 직업을 잃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굴에 침을 뱉어도 되는 그 세상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