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호주머니에서 예전에 넣어 두었던 –그리고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 돈을 발견할 때가 있다. 지갑 속에 있는 돈과 달리 숨겨져 있던 나의 재산을 발견할 때의 기쁨은 느껴본 자만이 알 것이다. 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이처럼 숨겨진 재산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무엇일까? 바로 영업권이다. 영업권은 사업 중에는 기업의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다가, 사업을 양도하거나 기업을 합병·분할하는 때에 나타날 수 있다.
◇영업권의 절세 방법과 효과는 어디까지
사업을 양도하거나 기업을 합병·분할할 때 영업권의 인식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영업권이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권과 함께 사업을 양수받은 기업은 이 영업권을 감가상각 할 수 있다. 감가상각 금액은 과세소득에서 빼주므로영업권을 양수받은 기업은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적격합병·분할의 경우에는 영업권이 발생되지 않으므로 감가상각 될 영업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영업권을 양도하는 사업자는 영업권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부담한다. 일반적으로 영업권 양도차익은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 그런데 양도하는 영업권의 필요경비는 최소 70% (2019년 이후 60%)까지 인정되므로 영업권 양도자도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사업용 부동산과 함께 양도되는 영업권은 양도소득세로 과세된다.
그러면 언제 영업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세법과 판례에 따르면, 먼저 영업권은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이 존재해야 인정된다. 다음으로 영업권은 적절한 방법에 의해 평가되어 유상으로 취득되어야 한다.
초과수익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양도사업에 관한 허가·인가 등 법률상 지위, 사업상 편리한 지리적 여건, 특수한 기술, 사회적 신용 및 거래관계 등 영업상의 기능이나 특성으로 인하여 동종의 사업을 경영하는 다른 기업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음이 입증돼야 한다.
적절한 평가방법에 따라 유상으로 취득한 금액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건전한 사회통념과 상관행에 비춰 정상적인 거래라고 인정될 수 있는 범위 내의 금액으로서 양도·양수는 사업의 실질적 내용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영업권은 그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영업권의 평가에 따라 세금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특수관계 있는 기업에게는 영업권의 시가평가가 중요하다. 하지만 영업권의 시가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이다.
판례에 따르면 영업권의 시가는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따라 경제적인 합리성을 갖춘 거래금액으로 결정돼야 한다. 경제적 합리성은 궁극적으로 과세관청이나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납세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잘 갖춰야 한다. 세법에서 시가로 인정될 수 있는 금액인 상속증여세법 상 보충적 평가금액으로 시가를 평가하였다고 주장해도 경제적 합리성에 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그 평가액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특수관계가 없는 기업 간에 결정한 영업권 가액은 사적자치가 인정될 수 있으나, 그 실질이 접대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영업권 가치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영업권의 시가평가 관련 자료를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영업권의 합리적 평가 필요
영업권은 기업 전체에 내재되어 있어서 이를 개별적으로 식별하거나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영업권은 조세회피의 우려가 없는 한 거래된 가액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즉 영업권은 양도되는 사업의 자산·부채의 시가를 개별적으로 정확히 측정한 후 양도대가에서 순자산의 시가를 뺀 나머지 금액으로 평가(잔액접근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특수관계가 있는 기업 간에 양도되는 사업으로 인한 영업권은 조세회피 우려가 크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잔액접근법을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영업권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업권은 양도되는 사업의 초과수익력과 그에 대한 평가방법의 적정성이 입증되어야 인정될 수 있다. 이의 입증은 납세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납세자의 부담을 줄이면서 합리적인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기대해 본다.
글=김태훈 회계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