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이 솔잎 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라는 속담 들어보셨나요. 제 허물은 못 보고 남의 허물만 나무라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비슷한 뜻을 가진 속담으로는 ‘겨울바람이 봄바람보고 춥다고 한다.’ ‘남의 흉은 홍두깨로 보이고 자기의 흉은 바늘로 보인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등이 있습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신경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초점이 공약이나 관련 정책이 아니라 ‘가정사’에 맞춰있다는 점이죠.
남 지사는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형과 형수에게 차마 옮기기도 힘든 욕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뱉어낸 이 전 시장을 선거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남 지사는 “이 전 시장의 충격적인 폭언이 담긴 음성 파일을 이틀 전에 들었다. 귀를 의심하면서 끝까지 듣기 어려웠다.”며 “이런 상식 이하의 인격으로 이 전 시장은 지난 8년간 100만 도시(성남시)를 책임졌고 대통령 선거에 나섰으며, 이제는 경기지사에 도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남 지사는 이 전 시장의 욕설 파일을 선거 유세 때 틀어야 할지 당에서 의논에 결정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에 후보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남 지사가 언급한 음성파일은 이 전 시장이 지난 2012년 자신과 갈등을 빚던 친형, 형수와 통화를 일컫습니다. 47초, 14분 분량의 음성파일에는 이 전 시장의 욕설이 담겨 있습니다. 이권개입과 시정관여를 수차례 시도한 형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급기야 형이 어머니에게 방화 협박, 패륜 폭언, 상해를 입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이 전 시장의 입장입니다.
이 전 시장 입장에서는 한 달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초대형 악재나 다름없습니다. 여기에 이 전 시장의 부인 김혜경씨의 것으로 의심되는 한 SNS 계정에서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비방글 게시돼 논란이 된 ‘혜경궁 김씨’ 사건도 있으니 점입가경이라 할 수 있겠네요. 반대로 남 지사에게는 호재겠지요. 선거 판도가 야권에 불리한 현 상황에 말입니다. 그러나 남 지사의 입장도 그리 녹록지는 않습니다. 특히 가정사에서는 말이죠.
남 지사의 장남 남모씨는 지난해 7월과 9월 중국과 한국에서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또 중국에서 필로폰을 구매하고 이를 속옷 안에 숨겨 밀반입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남씨는 즉석만남 채팅 어플리케이션으로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다가 경찰에 체포됐는데요. 지난달 19일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습니다. 남씨는 군 복무 당시 후임병 폭행 혐의로 이미 한 차례 논란이 있었죠. 이를 두고 장남 때문에 사과까지 한 남 지사가 이 전 시장의 가정사를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상황에서 제일 갑갑한 건 논란의 당사자인 이 전 시장도 그를 선거 파트너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남 지사도 아닌 이들을 강력한 후보로 둔 경기도민 아닐까요. 도민들은 가정사로 얼룩진 갈등보다 도민을 위한 정책 개발을 원할 겁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