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빙상연맹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정감사에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에 대한 폭행 수준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가 23일 발표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심석희는 강화 훈련 기간 조재범 코치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앞서 언론을 통해 알려진대로 심석희는 평창동계올림픽 한 달여 전 담당 코치에게 폭행을 당했다. 올림픽 준비로 한창 열을 올려야 할 시기였지만 심석희는 또 다른 벽인 ‘손찌검’과 싸워야했다.
심석희는 지난 1월 16일 충북 진천 소재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을 받다가 A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했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심석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다.
문체부 조사 결과 심석희는 당시 밀폐된 공간에서 조 코치에게 발과 주먹으로 수십 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올해에만 3차례 폭행이 더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석희가 세간에 알려진 건 지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다. 당시 심석희는 금1, 은1, 동1개를 따며 맹활약했다. 만 17세의 어린 나이에도 침착함과 과감함을 겸비한 질주에 전문가들은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1000m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이 유력한 에이스다.
팬들은 ‘제2의 안현수’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폭행을 가한 A코치는 심석희를 발굴해 14년간 함께 한 은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으로 심석희가 겪을 정신적 타격은 더 클 터다.
심석희의 불행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심석희는 지난해 2월21일 삿포로 마코마니이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에서 판커신(23·중국)의 ‘나쁜 손’에 당해 동반 실격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심석희는 마지막 바퀴 직선 코스에서 1위로 올라서며 금메달을 눈앞에 뒀었다. 하지만 판커신이 코너를 도는 과정에서 오른 다리를 잡아 당겼고, 주춤하는 사이 뒤에 있던 장이저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후 판정은 더욱 이상했다. 심판은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심석희에게 판커신과의 동반 실격을 통보했다. 심석희 역시 추월 과정에서 손을 댔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였다.
정신적으로 힘들 법도 하지만 심석희는 강했다. 심석희는 다음날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30초47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울러 심한 폭행이 있었던 그 다음달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강한 멘탈을 증명했다.
문체부는 해당 폭행건에 대해 지난 16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조 코치는 당시 사건 발생 후 빙상연맹에서 영구징계 처분을 당했지만 얼마 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로 합류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