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있다. 품을 들이는 사람과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현재의 정부와 편의점 업계간의 상황에 들어맞는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색은 정부가 내고 책임은 편의점 본사가 지는 형국이다.
편의점 업계는 현재 사면초가다. 가맹점주들이 근접출점과 가맹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업계 가맹계약 불공정거래에 대해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편의점 6개사 임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산자부가 주최한 이번 간담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본사 부담과 업계 애로사항, 산업현황과 더불어 가맹점주 부담 완충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본사가 나눠야한다”고 주문한지 불과 이틀 만의 일이다.
시작은 최저임금 인상에서부터였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0.9% 오른 8350원으로 책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략인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해 더 높은 인상폭이 예상됐으나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보완된 수치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지난해 16.4%라는 역대 최대 인상폭을 보였다는 점이다. 주요 편의점들은 그에 따른 고통분담을 위해 등 떠밀려 수천억원의 상생안을 발표했다.
실제 BGF리테일은 5년간 최대 4500억원을, GS25는 전기료 100%지원과 5년간 4000억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세븐일레븐도 1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하고 운영자금이 필요한 점주들의 대출을 지원했다.
그러나 상생안이 제대로 마무리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최저임금 여파가 업계에 미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본사들은 수천억원대의 상생협약을 맺을 여력이 없다. 지난해 편의점 5개사 영업이익률은 1~4%에 남짓했다. 최저임금 16.4% 인상 이후 1분기 영업이익률은 0~1%대로 주저앉았다. 올해 영업이익도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가맹본사 목을 잡고 흔들며 부담을 나눠지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가맹점주 부담을 가맹본부의 이익을 강제로 감축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속도의 문제가 아닌 방향의 문제가 되버린 것이다.
정부에서 꾸준히 주장했던 ‘상생(相生)’은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한 쪽을 빼앗아 다른 한 쪽에 쥐어주는 방식은 상생이 아니다. 선과 악, 갑과 을의 이분법적 프레임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함께 살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