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만도 엄마 탓?

[기자수첩] 비만도 엄마 탓?

기사승인 2018-08-02 00:22:00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24일 권덕철 차관 주재로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교육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년~2022년)’을 확정했다. 우리나라 고도비만인구가 2030년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2006년 4조8000억원에서 2015년 9조2000억원으로 10년간 약 2배 증가하자 국가 차원에서 비만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41.5%로 오를 것으로 추정되는 2022년 비만율을 2016년 34.8%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비만관리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영유아·임산부에게 보충식품을 제공하고, 모유수유를 촉진시키기 위한 정책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모유수유를 하면 소아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고, WHO와 미국, EU(유럽연합) 등은 이미 모유수유를 아동비만 예방의 주요 전략으로 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또 임신부의 영양섭취 불균형은 저체중아 출산위험을 높이고,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는 소아비만 및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남자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이 OECD 평균 25.6%보다 높은 26% 수준인 데다가 아동·청소년기 비만은 대부분 성인 비만으로 이행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대책안이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에 엄마들은 소아비만에 대해 “기-승-전-엄마 탓이냐”고 반발했다.

한 네티즌은 “코끼리도 풀만 먹는다. 마치 모유수유를 하면 그 아이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비만이 절대 안 된다는 식의 생각은 안 된다. 모유수유를 비만예방이라고 캠페인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질책했다.

또 “모유수유했지만 첫째는 정상, 둘째는 고도비만. 모유수유 한다고 다 비만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모유 문제는 아닌듯 하다. 초유는 최대한 먹이되 이후 뭘 먹일지 엄마와 아기의 여건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하는 등 지적도 있었다.

모유수유의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모유수유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모유 좋은 건 엄마들이 제일 잘 알고, 제일 먹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양이 적거나 아이가 거부하는 등 현실적 한계가 많아 분유를 먹일 수밖에 없는데, 아동비만을 모유수유로 줄이겠다는 생각은 모유수유를 해본적도 없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모유수유 하는 일 년 동안 고통에 울면서 수유했다. 무슨 모유수유가 짠하면 뚝딱하고 되는 것처럼 비만 방지 대책으로 내놓으니 황당하다”, “모유수유하려면 엄마가 식단 관리를 체계적으로 잘하도록 가족의 협조가 필요하다. 엄마가 잘 챙겨 먹지 못할 조건이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등 이번 정책의 허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정책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고려되지 않았다. 보건소,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모유수유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되긴 했지만 대부분 전국 모유수유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웹(web) 구축, 모유수유시설 전수조사 및 위생관리 강화 등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하는 데 그쳤다. 

모유수유 기간에는 통증, 유선염, 젖몸살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으면 통증이 심해져 모유수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엄마에게 죄책감을 심지 말라’는 네티즌들의 말이 맴돈다.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해 엄마와 아이가 건강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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