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게임은 갖고 싶던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세계 유명 레이싱 서킷을 직접 몰아볼 수 있는 가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장르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쾌감이나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구현된 차량과 주행 감각을 느끼기 위해 게임 팬들 뿐 아니라 자동차 마니아층이 주로 찾는다.
과거 아케이드 오락실부터 비디오 게임 콘솔, PC 온라인, 최근에는 모바일까지 레이싱 게임의 역사를 이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질주에 초점을 맞춘 ‘아케이드’ 성향과 실제 차량·환경 등을 정밀하게 구현한 ‘시뮬레이션’ 성향 게임으로 구분돼 왔다.
▶ ‘카트라이더’부터 ‘더 크루2’까지…아케이드 질주 쾌감
국내 게임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넥슨의 PC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나 이보다 앞선 닌텐도의 ‘마리오카트’ 콘솔 게임은 모두 대표적인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이다. 그 중에서도 현실성보다 게임 내 다양한 아이템과 캐릭터 등을 등장시키는 캐주얼 레이싱으로 볼 수 있다.
EA(일렉트로닉아츠)의 ‘니드 포 스피드’,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을 소재로 하는 세가의 ‘이니셜D’ 시리즈 등도 유명한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이다. 모바일에서도 게임로프트의 ‘아스팔트’ 시리즈와 같은 아케이드 레이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니드 포 스피드나 아스팔트 시리즈 등은 현실에서 보유하기 어려운 고가의 슈퍼카를 게임에서 소유하고 경쟁적으로 레이스를 즐기는 콘텐츠가 핵심이다. 니드 포 스피드의 경우 시리즈마다 차이가 있지만 도심에서 경찰의 추격을 뿌리치며 달리는 재미로도 많은 인기를 누렸다.
PC와 콘솔을 중심으로 최근의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은 단순히 빠르고 파괴적으로 달리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하는 느낌 줄 수 있도록 가상의 세계나 실제 지역을 모사한 ‘오픈월드’로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오픈월드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레이싱 게임으로 과거 ‘테스트드라이브’ 시리즈가 온라인 멀티플레이까지 지원하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서울을 가상으로 구현한 ‘레이시티’라는 온라인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이 네오위즈를 통해 서비스된 바 있다.
이들의 바통은 최근 ‘포르자 호라이즌’, ‘더 크루’ 등이 이어받았다.
MS(마이크로소프트)의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는 ‘엑스박스’ 콘솔용 레이싱의 대표주자인 ‘포르자’ 시리즈의 비교적 현실적인 드라이빙과 그래픽을 기반으로 영국을 배경 삼은 네 번째 최신작을 준비 중이며, 최근 출시된 ‘더 크루2’는 미국 전역을 배경으로 온·오프로드 자동차부터 모터보트, 비행기까지 다양한 탈것을 이용해 레이스를 벌이는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EA 스피어헤드의 ‘니드 포 스피드 엣지’ 에 오픈월드 업데이트가 지난 2일 적용됐다.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신규 차량 등 업데이트를 지속했지만 큰 반향을 이끌지 못했고 이번 오픈월드 업데이트를 통해 반전을 노린다.
단조로운 레이싱에 오픈월드가 더해지면서 니드 포 스피드 엣지도 채널당 50명의 이용자가 함께 자유롭게 주행을 하고 구현된 배경에서 ‘점프’나 ‘드리프트’ 주행을 해볼 수 있도록 자유도와 콘텐츠가 강화됐다. 다만 기존 원작 ‘니드 포 스피드 라이벌’의 맵과 콘텐츠를 적용해 신선함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같은 오픈월드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은 이용자가 차량을 소유하고 드라이브를 즐기며 만족감을 가질 수 있도록 실제 자동차 브랜드 라이선스와 완성도 높은 그래픽 등이 요구된다. 여기에 게임 물리엔진에 따른 주행 특성 차이도 영향을 준다.
▶ 사실적인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모바일까지 진입?
레이싱·드라이빙 시뮬레이션의 경우에는 보다 정교한 물리법칙을 통한 사실적인 주행, 실제 자동차의 디자인뿐 아닌 주행 특성과 사운드, 차량 파손 시 시각·기능적 효과, 실제 레이싱 서킷의 구현등이 특징이다.
화려한 그래픽 효과와 질주 쾌감은 대부분 걷어내는 반면 타이어 마모와 날씨 등 도로 상태에 따른 마찰력, 차량의 하중 이동과 엔진 온도 등 다양한 부분까지 재현하는 것이 보통으로 사실성과 정교한 물리엔진이 레이싱 시뮬레이션의 중요 요소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레이싱 시뮬레이션은 초반 조작에 익숙해지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전용 레이싱 휠 컨트롤러 등 장비가 없다면 키보드나 기본 컨트롤러로 조작감을 살리기 어렵다.
이에 과거 PC용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 대부분은 극도로 어려운 조작 때문에 소수가 즐기는 데 그쳤지만 1990년대 후반 ‘플레이스테이션(PS)’용으로 등장한 폴리포니의 ‘그란투리스모’ 시리즈가 비교적 무난한 난이도로 진입장벽을 낮췄고 이후 엑스박스의 포르자 시리즈와 경쟁했다.
보다 본격적인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는 실제 서킷까지 레이저 스캔해 구현, 게임 내에서 본격적인 가상 그랑프리 대회까지 진행한 PC판 ‘아이레이싱’이 자동차 마니아층의 인기를 얻었고 심빈의 ‘레이스07’, ‘레이스온’부터 쿠노스 시뮬라지오니의 ‘아세토코르사’ 등으로 이어진다.
니드 포 스피드 중에도 이 같은 시뮬레이션 요소를 강조한 ‘쉬프트’ 시리즈가 2009년과 2011년 등장했다. 이에 참여한 개발자들이 설립한 슬라이틀리매드 스튜디오가 만든 ‘프로젝트 카스’ 시리즈는 반다이남코를 통해 출시돼 지금까지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갖춘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PC·콘솔과 달리 조작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모바일에서는 이 같은 레이싱 시뮬레이션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화려한 슈퍼카 그래픽에 비해 단순한 조작으로 속도감을 강조한 아스팔트와 ‘CSR 레이싱’ 정도가 비교적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게임빌이 슬라이틀리매드 스튜디오와 모바일용 ‘프로젝트 카스 GO’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모바일 레이싱 시뮬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프로젝트 카스 GO는 라이선스 된 여러 차종을 직접 드라이브 하는 재미와 자동차 커스터마이징(꾸미기) 콘텐츠를 갖추고 모바일 게임으로써의 완성도에 무게를 둘 예정이다. 시뮬레이션 성향은 다소 희석될 가능성이 있지만 수가 적은 모바일 레이싱 게임에 새로운 대안이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오프로드 랠리 레이싱을 소재로 하는 ‘더트’ 시리즈부터 트럭 운전과 물류 사업을 구현해 중독성 높은 것으로 유명한 ‘유로 트럭’ 시리즈, 실제 도로 환경에서의 운전을 구현한 ‘시티카 드라이빙’ 등 다양한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