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신들린 활약은 ‘변비 축구’로 일관됐던 한국에 시원함을 선사했다. 그런데 축구 팬들 사이에서 당시 황의조의 활약과 거의 유사한 경기가 두 달여 전 진행된 러시아월드컵에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호날두가 맹활약한 포르투갈-스페인전이다.
실제 경기 양상을 보면 두 경기는 매우 흡사하다. 당시 포르투갈은 스페인보다 피파랭킹에서 앞섰지만 전력에서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스페인은 61대39의 점유로 포르투갈을 압도했다. 슛 숫자도 12개(유효 5개)로 포르투갈(슛 8개, 유효 3개)에 앞섰다. 한국 역시 우즈벡전에서 수비 불안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갔다. 우즈벡은 총 14개의 슛을 기록해 한국(12개)보다 많이 기회를 만들었다. 유효슛은 5개로 양 팀 동일했다.
포르투갈-스페인전 득점기록을 보면 호날두→스페인→호날두→스페인→스페인→호날두로 이어진다. 경기 후 ‘스페인이 호날두 한 명과 싸워 비겼다’는 외신 보도가 나올 정도로 당시 호날두는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이 같은 득점 구조는 황의조의 우즈벡전과 매우 유사하다. 한국-우즈벡전 정규 시간동안 골 기록을 보면 황의조→우즈벡→황의조→우즈벡→우즈벡→황의조 순이었다. 물론 커리어와 선수 가치를 놓고 보면 호날두는 황의조에 월등히 앞선다. 다만 이 한 경기에서 황의조의 임팩트는 호날두 못지않았다.
두 경기 득점기록을 단순 비교해보자. 호날두는 전반 4분 포문을 열었다. 페널티킥을 스스로 얻어낸 뒤 직접 키커로 나서 마무리했다. 황의조도 비슷한 시간대에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5분 손흥민이 볼을 몰고 가다가 우측으로 침투패스를 넣었고, 황의조가 침착하게 깔아 찬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스페인은 전반 24분 반격했다. 디에고 코스타가 반 박자 빠른 감각적인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우즈벡의 경우 전반 16분 마샤리포프가 한국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 틈을 타 동점골을 넣었다.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호날두는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전반 44분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황의조는 전반 35분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스페인은 후반에 매섭게 몰아쳤다. 후반 9분 프리킥 상황에서 부스케츠의 헤더 패스를 받은 코스타가 깔끔하게 볼을 밀어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3분 뒤엔 페르난데스 나초가 세컨볼을 정확한 슛으로 연결해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 역시 후반에 역전을 허용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효슛을 잇달아 허용하던 한국은 후반 8분 실점을 내줬다. 프리킥 상황에서 크게 넘어온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쇄도하던 알리바에프가 마무리했다. 3분 뒤엔 알리바에프의 슛이 황현수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 송범근이 역방향에 걸려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포르투갈과 한국 모두 분위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양 팀 모두 극한의 어려운 상황에서 골을 넣어줄 해결사가 있었다.
호날두는 후반 43분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정확한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마무리했다. 스페인 골키퍼 데 헤아가 꼼짝 못한 완벽한 슛이었다.
황의조 역시 팀을 탈락 위기에서 구했다. 2-3으로 뒤진 후반 30분, 손흥민이 넘겨준 패스를 황의조가 간결한 드리블 후 깔끔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이처럼 호날두와 황의조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을 패배에서 구했다. 여기에서 다른 점이라면 한국-우즈베키스탄전은 연장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황의조는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이를 황희찬이 마무리하며 4강행을 결정지었다. 포르투갈의 이날 무승부도 매우 중요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전 무승부로 조별리그 1승 2무를 기록, 이란에 승점 1점 앞선 조 2위를 차지해 간신히 16강에 올랐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