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정경유착 그것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저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6일 다스 비자금 횡령·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77)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부패 사건으로 엄정한 법의 심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검찰은 또 벌금 150억원과 추징금 111억4131만원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검찰의 구형 의견은 명확합니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고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범죄로 구속된 역대 네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날 밝힌 그의 최후 진술은 이렇습니다. “저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은 대부분 돈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제가 세간에서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불릴 만큼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았고, 거기다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돈과 권력을 부당하게 함께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그런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부정부패, 정경유착, 그것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저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의 함정. 그가 재판에 선 이유가 정말 이미지 때문일까요. 다스 비자금 등 349억원 횡령, 다스 법인세 포탈, 다스 투자금 회수 관련 직권 남용, 삼성그룹 뇌물수수, 국가정보원 자금 수수, 공직 임명 대가 등 뇌물 수수, 대통령 기록물 유출 등 무려 16개의 기소 사실을 부인하고 이미지의 함정에 빠져 법에 심판 앞에 섰다는 말은 어쩌면 국민과 사법부를 무시하는 발언일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쌍용차 진압 사태나 용산 참사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 의해 행해진 각종 부정부패가 드러나고 있는 이 시점에 이미지라는 말은 너무 가벼운 표현이기도 하고요.
‘재산은 논현동 집 한 채가 전부다.’ ‘검찰에서 혐의를 두는 그런 돈은 알지 못한다.’ ‘부당하게 돈을 탐하거나 권력을 치부에 쓰지 않았다.’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제가 살아온 과정을 봐 달라.’ 검찰은 이미지와 같은 추상이 아니라 법률을 기반으로 한 증거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밝혔습니다. 이 전 대통령 말들이 변명으로 들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겠죠. 치욕적인 것은 그가 아니라 이러한 변명을 들어야 하는 국민일 겁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