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동연은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실제 나이는 22세이지만,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대학 조교 연우영이었다.
지난 19일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종영 인터뷰를 위해 서울 팔판로 한 카페에서 만난 곽동연은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인다는 말을 2년 전쯤부터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더불어 ‘내 아이디는 강남 미인’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임수향이 자신을 1997년생으로 믿지 않았다는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생김새뿐 아니라, 태도나 말투가 또래에 비해 진지한 덕분이다.
“나이보다 성숙해 보인다는 것이 싫지는 않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꾸준히 작품 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배우로서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늘 부모님께 감사해요. 성숙해 보이려고 의도한 적은 없어요. 다만 14살 때부터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그땐 어리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죠. 어리다는 이유로 의견이 무시되기도 했거든요. 어쩌면 그런 마음이 연장됐을 수도 있겠네요.”
‘구르미 그린 달빛’ ‘라디오 로맨스’ ‘내 이름은 강남미인’ 등 드라마에서 꾸준히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곽동연의 출발점은 아이돌 연습생이었다. 곽동연은 연습생 시절을 “재미있기도 했지만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현재 소속사에서 가수 연습생으로 시작했어요. 14살 때 서울로 올라와 기타를 쳤죠. 2년 반 정도 비슷한 일상을 반복했고 압박감도 상당했어요.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하게 됐는데, 현장에서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더라고요. 덕분에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답답했던 부분이 크게 해소됐고 점차 연기에 매료됐어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디딘 곽동연은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최연소 출연자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는 “다시 출연한다면 4년 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땐 집 벽에 누가 토해놓은 것을 제가 열심히 치웠어요. 이제는 경찰에 신고부터 하죠. ‘나 혼자 산다’에 다시 출연한다면 한층 업그레이드된 생활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4년 전에 비해 조금 더 세상을 알아버린 느낌의 곽동연을 보여드릴 수 있겠죠.”
인간 곽동연이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듯, 배우 곽동연도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며 성장을 거듭 중이다. 그는 인터뷰 중 연기를 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하나의 배역을 위해 무수히 많은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운 좋게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어요. 많은 분들이 여러 이미지로 저를 기억해 주시는 것이 좋아요. 덕분에 배우로서의 제 운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 저에게 가장 잘 맞는 모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인간 곽동연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는 ‘좋은 사람’인데, 배우로서의 아이디는 아직 찾지 못한 거죠. 그 부분은 아직 스스로 객관화가 안 됐어요. 아직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계속 저를 찾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주어진 몫을 다 해내고 싶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