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화 ‘협상’(감독 이종석)으로 관객들을 만난 배우 현빈이 이번엔 영화 ‘창궐’(감독 김성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창궐’이 오는 25일 개봉하는 점을 감안하면 관객들은 5주 차이로 또 현빈을 만나게 된 셈이다. 22일 서울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난 현빈은 이 이야기를 듣자 “나도 이게 맞나 싶다”라며 웃었다.
그럼에도 현빈은 차분하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른 걸 보여드리려고 했던 작품들”이라며 신선한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창궐’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야귀(夜鬼), 즉 좀비들이 창궐하는 독특한 설정을 자랑하는 영화기 때문이다. 또 조선에서 태어나 청에서 자란 이청이라는 캐릭터의 매력도 설명했다.
“일단 소재의 신선함이 있잖아요.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와 야귀라는 만났을 때 어떨까 싶었죠. 처음엔 야귀라는 존재가 어떻게 그려질지 상상만 해야 했던 우려도 있었지만요. 또 이청의 모습도 매력 있게 그리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청이는 왕위나 조선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인물로 등장하거든요. 조선에서 태어났지만 청에서 장수로 대장군 호칭까지 받은 사람이에요. 청나라에 모든 것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는 인물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선 땅을 밟게 되면서 서서히 바뀌어요. 점점 숙명적으로 갖고 태어난 세자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았죠.”
현빈의 말처럼 ‘창궐’의 이청은 보통 사극을 이끌어가는 선한 중심인물과는 조금 다르다. 등장부터 청나라 옷을 입고 청나라 사람 같은 분위기로 건들거리며 등장한다. 극 중 조선 사람들도,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를 조선의 왕자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랬던 그가 어떤 사건을 겪으며 어떤 인물로 성장해가는지가 ‘창궐’에서 지켜볼만한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현빈은 이청의 변화를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해 말투를 달리하고 액션에도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말투의 변화는 제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거예요. 조선에서 태어났지만 청나라에서 자란 청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시 조선 땅을 밟은 순간, 옷이나 말투에서 이질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에 조금씩 바뀌길 바랐어요. 궁궐에서 아버지와 대화할 때는 진지하게 사극 톤 말투를 더했죠. 갑자기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액션을 하거나 중간에 한마디씩 할 때는 다시 다른 말투를 쓰고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나름대로 계산을 했어요. 액션도 점점 화려하게 만들었어요. 처음에 저잣거리에서 시작해서 근정전, 그리고 지붕 위까지 카메라가 찍는 방식도 달랐고 액션이 조금 더 많아졌죠.”
현빈은 성취감을 연기의 매력으로 꼽았다. 매 작품 혼자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밌지만 고민됐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해결되는 과정의 재미가 크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매번 새로운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털어놨다.
“참 힘든 것 같아요. 하고 싶은데 머릿속에 있어도 표현이 안 될 때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언제까지 계속 달라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어떨 때는 정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풀어내는 방식이 달라도 정답이 있으면 쫓아가면 되겠지만, 누가 연기하는지, 어떤 나이대를 표현하는지에 따라 모든 것들이 바뀌는 작업이잖요.”
인터뷰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창궐’은 현빈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 결과물이다. ‘협상’과 개봉 시기가 비슷해도 다른 소재의 다른 영화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 기대했다. 관객들이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현빈의 표정, 행동, 액션을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사실 개봉 시기가 비슷할 뿐이지 ‘협상’과 ‘창궐’에선 제 나름대로 다른 것들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이청을 연기하면서 표정이나 행동, 액션에 있어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면들을 제 안에서 찾아내려고 고민했거든요. 결국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의 차이겠죠. 이전에 보지 못했던 제 모습을 봤다거나, 이만큼 잘 쌓아왔구나 생각하면서 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