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임직원들이 해외 출장에서 일정에 없는 곰 사냥을 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대한체육회는 이들이 실제 사냥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해명했지만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체육회 감사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국가대표선수촌장을 비롯한 체육회 임직원이 해외 전지훈련 점검 출장 시 일정에도 없는 곰 사냥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곰 사냥’ SNS 게시물 사진을 23일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임직원들이 눈밭에서 수렵용 총기를 들고 사냥한 것으로 보이는 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으며 ‘시베리아에 벌써 겨울이 왔다~~ 오늘 사냥에서 러시아 불곰! 250kg 좋은 분들과 함께!’라는 문구가 함께 게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SNS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선수촌장은 지난해 11월 대한바이애슬론 대표팀 해외 전지훈련(러시아 투멘) 점검 출장에서 ‘곰 사냥’ 의혹을 받았으나 감사실은 조사 후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주의 조치로 처분했다.
의원실은 또 “체육회 감사실 관계자는 출장비와 관련해 ‘정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의원실의 확인 결과 출장비 허위 기재의 의혹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체육회 선수촌장은 “우연히 고려인 한인회장이 곰 퇴치 현장에 동행을 권유해 갔을 뿐 곰 사냥을 직접 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는 ‘출장 목적과 무관한, 곰 포획 현장에 가서 총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은 대한체육회 복무규정의 성실의 의무 및 품위 유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나타났다.
의원실은 “당시 현지에서 촬영된 동행인들의 기념사진을 확보했고 투멘 현지 여행사의 관광프로그램에도 별도의 곰 사냥 투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선수촌장 일행이 출장과 무관하게 직접 곰 사냥 투어에 나선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선수촌장과 함께 투멘에 간 평창 동계올림픽 지원부장은 출장보고서에 호텔 내에서 업무협의를 진행했다며 40만원 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작성했지만, 같은 시각 투멘 시내 식당에서 고려인 회장의 초청으로 만찬을 한 정황이 나타나 출장비 사용이 허위로 기재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재원 의원은 “체육회 임직원 비리가 도를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솜방망이 처벌만 거듭되고 있다”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의혹이 남은 임직원들의 비리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감사 결과 현지에서 실제 사냥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정에 없는 부적절한 행위로 품위를 떨어뜨린 것이 인정돼 지난 6월 경징계 조치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