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송강호 “저도 연기에 대한 두려움 있어요… 혼자 연습하며 자신감 얻죠”

[쿠키인터뷰] 송강호 “저도 연기에 대한 두려움 있어요… 혼자 연습하며 자신감 얻죠”

송강호 “저도 연기에 대한 두려움 있어요… 혼자 연습하며 자신감 얻죠”

기사승인 2018-12-21 00:01:00


“1년 5개월 만에 뵙습니다.”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장에서도, 인터뷰 자리에서도 배우 송강호는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꾸준히 새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얘기인 동시에 좋은 영화를 들고 왔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7일 서울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에 대한 만족감을 여러 번 드러냈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연기를 보여줬다는 것에 더해 평범하지 않은 영화의 전개를 칭찬하기도 했다.

“전 ‘마약왕’을 마약 세계를 탐구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봤어요. 마약 세계를 소재로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삐뚤어진 욕망으로 잘못된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은 한 사람의 인생사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했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순박한 인물에서 권력과 돈에 맛을 들이면서 점점 변해가고 결국 파멸하는 모습을 충실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잘 구현됐어요. 물론 이런 새로운 방식에 대해 호불호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나쁜 호불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송강호의 말처럼 ‘마약왕’은 그가 연기한 이두삼의 일대기 그 자체를 담고 있는 영화다. 지난 197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이두삼이 마약 세계에 들어서는 과정과 그 이후를 끈질기게 따라간다. 기억에 오래 남을 강렬한 장면도 많다. 특히 이두삼이 마약을 복용한 장면은 앞으로도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될 가능성이 클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송강호는 상상력으로 완성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멕시코는 마약에 관한 문화가 뿌리 깊잖아요. 그러다보니 익숙한 지점이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희는 마약 문화 자체가 없으니까 표현하기가 난감했어요. 다른 자료나 영상을 참고하진 않았어요. 상상력과 연구, 연습이 필요했죠. 영화에서 이두삼이 마약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에요. 고통과 두려움, 공포감을 이기려고 하는 상황이고 그에 대한 집중이 필요했죠. 이건 감독이나 작가도 구체화할 수 없는 거예요. 배우 개인이 체화된 연기를 해야 하는 거죠. 순전히 상상력과 연습, 연구를 통해서 연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송강호는 ‘마약왕’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즐거움을 맛봤다고 했다. 지금까지 하지 않은 연기와 소재를 한 것만으로도 그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연기에 임하는 과정이 쉬운 건 아니었다. 송강호는 몰래 연습도 했다고 고백했다. 연습한 것과 현장에서의 본능적인 감각을 섞어 연기하는 편이라며 영화 ‘사도’ 촬영 당시 두려움을 느낀 순간을 떠올렸다.


“전 ‘사도’를 찍을 때 영조대왕 역할을 하면서 ‘탁’ 하고 두려움이 왔어요. ‘관상’에서 사극을 하긴 했지만 왕 역할이잖아요. 그래서 며칠 동안 혼자 합숙에 들어갔어요. 연습을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서 촬영장으로 돌아왔죠. 그런데 촬영을 할수록 자신감이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한 달쯤 지나니까 다시 원점이 됐어요. 결국 다시 합숙에 들어가서 자신감을 찾으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잘했다는 뜻이 아니에요. 배우들은 해보지 않았던 역할과 연기에 대한 두려움들이 있고 그것에 대해 각자의 준비를 하겠죠. 저도 그런 경험이 있고요. ‘마약왕’에서도 독백이나 긴 롱 테이크 장면이 있을 때는 혼자 연습도 해보고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야 했죠.”

많은 관객들은 송강호를 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처럼 응원하고 싶은 소시민 역할로 기억한다. 하지만 송강호는 ‘마약왕’을 통해 공감하거나 응원하기 어려운 주인공으로 신선한 충격을 줄 예정이다. 송강호는 20여 년 전 데뷔 당시의 연기를 오랜만에 보여주게 됐다며 반가워하는 관객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매번 흥행에 성공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그게 좀 부담스러운 때도 있어요. 매번 좋은 성적과 좋은 작품, 좋은 결과를 내놔야한다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자유로워지려고 애를 써요. 작품 선택이나 연기 방향을 결과물에 목표를 두고 정하진 않죠. 제일 큰 목표가 있다면 관객들에게 나태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결과를 떠나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결과까지 좋으면 좋겠지만 세상사가 또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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