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민일보 온라인판에 연재해온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의 칼럼 '좌충우돌 아랍주유기'를 새해부터 쿠키미디어 쿠키뉴스로 옮겨 이어간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에서 종합병원을 직접 운영하며 보고 겪은 기 교수의 산지식과 체험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편집자>
GCC(Gulf Cooperation Council) 걸프협력회의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6개국으로 구성된 국가협력체이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인한 팔레비 왕정의 붕괴, 1979년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 그리고 1980년 시작된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정치 상황이 불안해지자 걸프만 산유국 왕정국가들을 대표한 사우디의 주도로 6개국 정상들이 1981년 아부다비에 모여 결성하였다.
이들 6개국은 석유의 생산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며 세습 절대왕정 체제를 유지한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냉전 시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석유 수출로 경제적인 부를 즐기다가 이란과 이라크의 정치군사적 권력 다툼에 화들짝 놀라 왕권 지키기에 들어간 것이다.
초기에 주로 경제협력 활동에 무게를 두었으나 쿠웨이트가 이라크에 의해 침공되고 1991년의 걸프전쟁 이후로 정치군사적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GCC 회원국들은 서로를 '형제국'이라고 부르며 한동안 탄탄한 결속력을 과시했다. GCC 회원국의 공항에 회원국의 국민들을 내국인처럼 입국을 허용하는 전용 창구가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와의 단교 이후에 GCC의 결속력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원래 GCC는 이란과 이라크를 견제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이란은 혁명 이후 명실상부한 이슬람 국가임을 자임하면서 이슬람 혁명수출을 공언하였고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도 독재를 하긴 하였으나 정치적으로 아랍민족주주의에 기반한 세속 공화정을 추구하였다. GCC 회원국들은 왕권 유지와 이란과 이라크의 영향력 억제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뭉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라비아 반도의 맹주를 자임하던 사우디가 GCC의 결속력을 흔드는 행동을 했다. 바레인과 같은 소국이고 사우디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카타르가 계속 튀는 행동을 하자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시 카타르는 아버지를 내쫓고 왕이 된 하마드 국왕이 해저 가스전 개발로 막대한 국부를 축적하고 알 자지라를 통해 언론의 자유를 추구함과 동시에 왕정 국가들의 부패상을 폭로하고 미국, 이스라엘 등과 긴밀한 외교적 결탁 관계를 과시했다. 뿐만 아니라 무슬림형제단을 넘어 헤즈볼라, 탈레반 등 이슬람 과격단체들까지 지원하는 등의 전방위적 외교 행보를 보였다.
나아가 카타르가 이란에 대해 옹호적인 발언을 하고 입헌군주국으로 전환할 가능성까지 엿보이자 사우디는 발끈하여 자신을 추종하는 국가들을 끌어 모아 카타르와 단교를 해버렸다. 이후 GCC는 단교 주도 국가인 사우디, UAE, 바레인과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쿠웨이트와 오만, 그리고 단교 대상국인 카타르로 분열되고 말았다.
오만은 이미 1970년에 카타르처럼 아버지를 내쫓고 왕이 된 전력이 있고 수니파, 시아파와는 또 다른 ‘이바디파’를 믿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이란과의 관계도 원만했기 때문에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쿠웨이트는 지리적으로 이란, 이라크와 가깝고 시아파 인구 비율이 높으며 절대왕정국가에서 드물게 선거를 통해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전통적으로 GCC 내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었다.
카타르는 사우디 쪽의 국경이 막히면 완전히 고립된 섬나라가 된다. 해저 가스 개발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으나 인구가 얼마 안되는 소국이다. 그러나 봉쇄 이후에도 이란과 터키의 든든한 지원과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아직도 잘 버티는 형국이다.
이란은 한 때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국 주도로 전쟁이 일어나고 두 나라에 미군이 주둔하자 심각한 고립감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 사우디의 경우 서쪽에서는 아직 아랍의 봄, 혁명의 기운이 가시질 않고 동쪽 이란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북쪽 시리아 내전의 결과 도로 아사드 정권의 존속, 결국 시아파의 확대로 귀결이 나고 있고 남쪽 예멘에서 역시 시아파 후티 반군과의 내전이 끝이 안 보이는 상황이 되었다. 사면초가다. 이란도 핵협정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후 오랜 제재로 인한 경제적 결핍이 심각하고 원래 혁명의 이슬람 첨병이었던 지도 세력이 부패하면서 국내적인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중동을 이해함에 있어 이란과 사우디의 갈등은 하나의 큰 주제로 인식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이다. 지금 UAE에서 아시안컵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꺾고 16강에 안착했다. 내년 2020년 두바이 엑스포가 열리고 2022년에는 카타르에서 피파 월드컵이 열린다. 중동의 앙숙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은 어떻게 흘러갈 것이며 카타르는 자존심을 회복하고 사면초가 봉쇄 형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GCC 국가들과 이란의 앞날이 궁금하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기자 elgis.le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