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속 진진희가 걸어 나왔다. 대화 내내 활력이 넘쳤고,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배우 오나라는 자신이 연기한 진진희와 꼭 닮아 있었다. 그런 오나라에게 “진진희와 똑같다”고 말하자, 그는 “밝은 에너지와 솔직함은 비슷하지만, 줏대가 없는 것은 닮지 않았다”고 쾌활한 웃음을 보였다.
8일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진진희는 여전히 ‘SKY 캐슬’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드라마 속 ‘찐찐’ 캐릭터 그대로 예능 출연과 광고 촬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한 장면 덕분에 샴푸 광고를 찍게 됐다고 귀띔한 진진희는 “이런 날도 온다”며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나라는 JTBC 금토극 ‘SKY 캐슬’에서 진진희 역을 맡아 극에 밝은 에너지를 불어 넣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1997년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해 뮤지컬과 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히 활동해온 오나라의 저력이 ‘SKY 캐슬’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이다.
“제 에너지의 원천이요? 사랑이죠. 요즘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시는 덕분에 배도 고프지 않아요. 세상이 전부 아름다워 보일 정도예요. 저에게 언제 또 이런 일이 있겠어요. 인기는 거품과도 같아서 언젠가 주춤하는 순간이 있겠죠. 누릴 수 있을 때 누리겠다는 마음이에요. ‘SKY 캐슬’ 이후로 개인 SNS에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는데, 지금도 댓글에 일일이 ‘하트’를 눌러요. 팬들이 어렵지 않느냐고 하는데, 제가 정말 기뻐서 하는 일이에요.”
관심이 쏠린 것은 한순간이지만, 진진희를 매력적으로 표현해낸 배우 오나라의 연기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나라는 지난 10년간 “매 작품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날들이 쌓이고 쌓여 바로 지금이 왔다는 설명이다.
“감독 미팅 때 의외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상상도 못 한 작품의 한 장면이나 사소한 대사를 눈여겨 봐두셨다가, 저와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 거예요. 많은 감독님들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한 장면을 보고 ‘언젠가는 오나라 씨와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소름이 돋았죠. 배우는 어떤 작품, 어느 장면이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제 누가 어떻게 그 장면을 볼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오나라는 갑작스러운 인기에 교만해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70세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하던 대로 해나가겠다는 것. 주인공 자리를 욕심내기보다, 배우 오나라로서 꾸준히 연기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SKY 캐슬’ 시청률이 15%를 넘어서며 어깨가 살짝 상승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작품이 끝나고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 다시 제 자리가 됐어요. 뒤늦게 관심을 받았으니, 들뜨지 말고 하던 대로 해야죠. 지금까지 카메라 앞에 서는 걸 너무 만족스러워하면서 살았어요. 놀이처럼 즐겁게 연기했죠. 일을 사랑하는 제 모습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밝은 모습,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나의 아저씨’에 이어 ‘SKY 캐슬’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오나라는 늦지 않게 차기작으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전보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볼 기회가 생긴 만큼, 차분히 다음 작품을 찾아보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차기작은 여름이 지나기 전에 선보이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예쁘다’고 해주시는 지금 가슴 절절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기도 해요. 이제부터 열심히 ‘꽂히는 작품’을 찾아봐야죠.”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